“中 위안화 약세 땐 반도체·자동차·화학제품 수출 감소할 것”

무협, 우리나라 ‘수출변동 요인’ 분석
글로벌 중간재 시장 韓·中 경쟁 늘어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중국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1년 내 우리 수출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화학제품, 가전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위안화 약세로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제품의 수출에 나쁜 영향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4일 ‘최근 우리나라 수출 영향 요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반면, 위안화 약세는 주요 품목의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강달러 현상에도 한국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미국이 기준 금리를 4회 인상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지만, 한국의 수출은 1∼9월 9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올해 1월 1247.25원에서 지난달 1329.47원으로 올랐으나 전년 동기 대비 월별 수출액 증가율은 올해 1월 16.4%에서 지난달 -4.4%로 하락했다. 한국의 대(對)세계 수출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서도 원/달러 환율의 영향은 미미했다.

반면 중국의 산업생산지수, 미국의 산업생산지수, 국제 유가 순으로 수출 변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산업생산지수가 상승하면 한국의 수출은 감소했다.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향상하면서 중간재 수입 수요가 감소하는 결과를 낳은 데 따라 한국의 수출도 감소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무협은 지난 2010년부터 2023년 4월까지 우리 수출에 영향을 준 요인을 분석해 이같은 내용을 뒷받침했다. 가장 여파가 컸던 것은 ‘중국의 산업생산지수 변동(10.2%)’이었다. 그 뒤를 ‘미국의 산업생산 변동(4.8%)’, ‘국제유가 변동(4.3%)’, ‘원·달러 환율(2.3%)’, ‘세계수출가격(2.0%)’, ‘위안·달러(0.8%)’가 이었다.

중국의 산업생산지수는 우리 수출과 ‘부(-)’의 관계에 있었다. 산업생산지수가 상승할수록 우리 수출은 하락했다. 이와 반대로 미국의 산업생산지수는 우리 수출과 ‘정(+)’의 관계를 나타냈다.

무협은 “중국은 최근 중간재를 자급하는 능력이 상승한 상황이라, 산업이 활발할수록 우리나라 중간재 수입이 감소해 우리 수출과 부(-)의 관계를 보인다”면서 “미국의 경우 양국 산업구조가 보완관계를 갖고 있어, 수출경쟁품목이 비교적 상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상품과 중국산 제품이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경합하는 사례는 많아지는 추세다. 중국이 최근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수출 품목을 ‘최종재’에서 ‘중간재’로 바꾸면서다. 중국산 제품의 ‘중고위 기술’ 분야 전방 참여율은 지난 2018년 14.8%에서 지난해는 16.4%까지 상승했다.

지난 4년(2018~2022년)간 분야별 수출 증가율을 집계한 결과, 반도체 수출은 4.9%, 자동차부품은 4.0%, 화학공업제품은 9.5%, 철강·비철금속 제품은 4.1% 수출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의 수출증가율(반도체 19.0%, 자동차부품 17.3%, 화학공업제품 17.1%, 철강·비철금속 제품 13.3%)과 대비된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환율이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위안·달러 환율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라면서 “향후 ‘강달러 현상’ 및 ‘중국의 경기침체’ 지속으로 위안화 약세가 확대될 경우 한·중 수출경합이 심화되는 품목에서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