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가능할까?' 지지부진 수협은행 M&A

이경남 2023. 10. 2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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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 지주사 선언후 비은행 M&A 추진
불확실한 금융환경에…'독이 든 성배' 될 수도

수협은행이 연내 M&A(인수합병)을 통해 금융지주 설립의 초석을 다지겠다던 계획이 계속해서 더뎌지는 모습이다.

시장에 나온 일부 캐피탈사 등의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애초 계획이었던 2분기내 비은행 계열사 인수는 이미 실패했다. 연내 M&A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비은행 계열사 M&A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보고 있다. 중앙회 차원의 지원이 더뎌지고 있는 것도 이유중 하나다. 

연내 M&A 성과낼 수 있을까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수협은행은 웰컴레디라인이 보유하고 있는 웰컴캐피탈과 웰컴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시장에 나온 자산운용사나 캐피탈사는 모두 수협은행의 인수 검토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협은행은 연초부터 비은행 계열사 M&A를 본격적으로 준비해 왔다.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위해서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는 계열사로 금융계열사 2곳 이상을 지배해야 설립이 가능하다.

마땅한 비은행 계열사가 없는 수협은행 입장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과제가 비은행 M&A다. 

이에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연초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협금융지주 설립을 공식화한 이후 올해 상반기중 캐피탈사나 자산운용사의 M&A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수협은행은 즉각 M&A를 추진하기 위한 조직을 가동해온 바 있다. 

강신숙 행장의 공언은 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시간은 흘러 2023년이 두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수협은행의 비은행계열사 인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수협은행 측은 지속해서 시장에 나온 캐피탈사와 자산운용사 매물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다는 입장이었지만 일부 캐피탈사나 자산운용사를 사들이기 위한 '협상'에만 돌입했을뿐 구체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금융권에서는 수협은행이 M&A에 나서지 못한 이유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수협은행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캐피탈사의 경우 경기둔화, 금리상승 등으로 인해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시에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금리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조달금리도 상승, 자금을 끌어오는 비용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자금을 끌어오는 비용이 늘어나다 보니 이를 바탕으로 내주는 대출 금리도 상승하게 되고 이는 차주의 이자부담 상승으로 이어져 연체율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경우도 주식시장이 침체였던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수익성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자산운용사 455곳중 228곳은 흑자를 기록했지만 절반수준인 227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성급한 비은행 계열사 M&A는 수협은행의 자본건전성 등 체력을 약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수협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비율은 13.62%다. 금융당국 권고치인 10%를 넘기고 있긴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예컨데 부채가 많은 회사를 인수하게 될 경우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내년에 CCyb(경기대응완충자본) 등의 적립 등 추가 하락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최근 막판에 KDB생명의 인수를 접은 것처럼 상황이 녹록지 않은 금융회사를 인수하기가 적절한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고 짚었다.

한편 수협은행의 M&A가 지지부진한 것이 단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관측도 있다. 수협은행의 의사결정에 영향이 큰 수협중앙회 의중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신숙 은행장은 지난해 11월 행장자리에 올랐다. 수협은행장은 대주주인 수협중앙회가 추천한 2인과 정부(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가 추천한 3인으로 구성된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출하는데, 5명중 4명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결국 대주주와 정부 각 부처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와 관련 수협중앙회는 올해 3월 수협은행에 M&A 등을 위한 명목으로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M&A를 위해서는 추가 수혈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강 행장이 직접 해외 IR을 챙기기도 했는데, 이는 내부에서 증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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