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보단, 차라리 ‘그알’을[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2023. 10. 2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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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년들’ 공식포스터, 사진제공|CJ ENM



■편파적인 한줄평 : 실화의 힘 흔드는, 촌스러운 연출.

의미있는 이야기가 촌스러운 연출력에 휘둘린다. ‘삼례나라슈퍼 사건’ 피해자들과 그들의 무죄 입증을 위해 뛰어다녔던 이들의 실화의 힘은 여전히 강하지만, 산만한 구성과 과도하게 신파적인 장면들에 몰입이 깨진다. 차라리 이들의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다시 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이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황준철(설경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블랙머니’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의 신작으로,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 등이 출연해 필름을 완성한다.

영화 ‘소년들’ 한 장면, 사진제공|CJ ENM



여러모로 아쉽다. 좋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워낙 극성 강한 실화라 담백하게만 다뤄도 관객에게 와닿는 강도가 클텐데, 메가폰이 자꾸만 뭔가를 더 첨가해 조미료 맛만 강해진다. 특히 클라이막스에선 ‘분노’와 ‘감동’을 강요하는 듯한 계산이 너무나 읽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감정씬임에도 삐끗하는 바람에 한숨마저 튀어나온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도 다소 산만하다. 17년간 이어진 사건의 시간을 아우르는 선택이었겠으나, 잦은 페이드-아웃(암전)으로 맥이 툭툭 끊긴다. 삭제해도 무방할 몇 몇 장면들이나 다소 거친 편집 호흡도 몰입을 해친다. 여기에 필요 이상으로 웅장한 BGM 역시 오점이다.

배우들 사이 연기 톤의 간극도 크다. 설경구, 염혜란 등은 그동안 보여준 대로 자연스러운 영화 연기를 펼치나, 유준상은 캐릭터를 연극적으로 해석하고 무대 연기로 소화해내 다소 튄다. 이 역시 클라이막스에서 도드라진다.

눈에 띄는 건 김동영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회의 편견에 시달리며 방어적으로 살던 소년들 중 한명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표정 하나, 대사 하나 허투루 뱉어내지 않고 캐릭터 안에 꾹꾹 눌러담는다. 눈빛에 담은 힘도 좋다. 다음 달 1일 개봉.

■고구마지수 : 1.5개

■수면제지수 : 2.7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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