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면 ‘어이’가 없었는데…확 바뀐 ‘그랜저값’ 일본車 “전기차 괜히 샀지?” [카슐랭]
전자식 변속 버튼→스틱으로
전기차 뺨치는 하이브리드카
혼다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HEV) 한줄 소감이다. 이유가 있다. 장점이지만 단점으로 더 부각됐던 ‘지나친 무난함’을 없애고 세련미, 고급스러움, 역동성을 모두 강화해서다.
어코드는 혼다를 대표하는 세단이다. 약 50년간의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북미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주적은 토요타 캠리다. 체급은 현대차 쏘나타나 기아 K5 수준이지만 국내 판매 가격은 현대차 그랜저 상위 모델 수준이다.
어코드 인기 비결은 뛰어난 내구성과 무난함이다. 단점도 무난함이다. 디자인도 성능도 첫눈에 확 시선을 끌지는 못한다.
계속 타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기술의 혼다’답게 탄탄한 내구성으로 운전자 속을 썩이지 않고 오래 타도 질리지 않는 매력으로 10년 타도 1년 탄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함께 신나게 떠들지 않아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만나면 좋은 친구’, 오래 같이 있어도 질리지 않고 힐링이 되는 ‘휴식같은 친구’ 성향을 지녀서다.
잘 다린 ‘칼 주름’ 비즈니스 룩에 셔츠 손목 부위를 접어 단정하면서도 편안해보이도록 멋을 냈다.
얼굴 윤곽도 뚜렷해지고 뱃살도 빠지면서 피지컬도 좋아졌다. 아재 아닌 젊은 오빠다. 신형인 올뉴 어코드다.
올뉴 어코드는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2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가격(부가세 포함)은 올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투어링이 5340만원, 올뉴 어코드 터보가 4390만원이다.
시승차는 올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투어링이다. 전장x전폭x전고는 4970x1860x1450mm다. 기존 모델(4905x1860x1450mm)보다 65mm 길어졌다. 휠베이스는 2830mm로 같다.
전장이 길어지고 보닛도 길게 쭉 뻗은데다 패스트백 스타일을 적용해 날렵하면서도 우아해져서다.
전면부는 블랙아웃 풀 LED 헤드램프와 매시 디자인 프런트 그릴로 선명하면서도 강인한 이미지를 추구했다.
측면부의 경우 롱노즈 타입의 견고한 프런트로부터 이어지는 루프라인으로 날렵한 쿠페 형태의 실루엣을 보여준다.
도어 손잡이 바로 위쪽에는 가로로 쭉 이어진 캐릭터 라인을 적용했다. 잘 다려진 군복처럼 단정하면서도 강인한 멋을 더해준다.
후면부는 수평형 디자인의 풀 LED 리어램프로 세련되면서 안정된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소비자들이 아쉬워한 디지털 편의성도 향상했다. 10.2인치 TFT 디지털 계기반, 12.3인치로 크기가 대폭 확대된 새로운 센터 디스플레이 오디오를 채택했다.
터치 조작으로 차량 각도를 변경할 수 있는 3D 애니메이션 그래픽도 신규 적용했다.
프런트·리어 열선시트 및 프런트 통풍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헤드업 디스플레이, 보스(BOSE)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스마트폰 무선 충전시스템 등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사양들이 대거 적용됐다.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는 유·무선 모두 연결 가능하다.
공조장치는 3개의 다이얼과 버튼으로 조작한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폼 나지만 불편한 디지털 방식 대신 편리하고 빠르게 원하는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을 채택한 셈이다.
벌집 모양의 허니콤 패턴을 채택한 혼다 CR-V와 통일감과 함께 차별화도 추구했다.
2열은 센터터널이 솟아있지만 평균 체형 성인 3명이 큰 불편없이 탈 수 있다. 2열 탑승자들을 위해 USB 타입C 포트 2개도 갖췄다.
트렁크 용량은 473L로 동급 최대 수준이다. 2열 시트를 접으면 부피가 큰 짐도 실을 수 있다. 스마트키에는 트렁크 풀-오픈 기능도 들어있다.
다만, 스티어링휠 위치 조작, 트렁크 닫힘 기능은 수동이다. 루프 안쪽 마감재도 단면이 노출됐다. 거친 면은 다듬었지만 안쪽으로 감싸지 않아 촉감이 좋지 않다.
크게 불편하지 않은 곳에는 돈을 쓰지 않고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돈을 쓰는 혼다의 전략이지만 ‘오토’와 ‘고급감’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아쉬워할 부분이다.
신규 개발된 2.0L 직분사 앳킨슨 엔진과 e-CVT를 조합했다. 기존 파워트레인보다 가속 성능이 향상돼 한층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다.
엔진은 최고출력이 147마력, 최대토크가 18.4kg·m다. 모터는 최고출력이 184마력, 최대토크가 34kg∙m다.
엔진을 이용해 주행 중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 모드’를 추가, EV 구동 범위가 확대됐다. 50km/h 이하 속도 범위에서의 EV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구동력도 증가됐다.
운전자가 의도한대로 차를 제어할 수 있도록 돕는 모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혼다 최초로 적용됐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라 파워트레인 및 브레이크를 통합 제어해 코너링 때 추가되는 감속도를 최적으로 제어한다. 모든 타이어의 그립력을 높이기 위해서 감속을 생성해 피치 모션을 제어한다.
눈이나 비가 내린 도로 상황이나 좁은 코너링 상황에서 스티어링 반응이 즉각적이어서 핸들링 성능이 우수해졌다.
올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저공해자동차 2종을 획득해 공영주차장 및 공항주차장 할인 등의 혜택을 받는다.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성능이 개선됐다.
도심의 혼잡한 교통 상황에서 카메라로 차선을 감지해 0km/h부터 작동하는 조향 보조 시스템인 트래픽 잼 어시스트(TJA, Traffic Jam Assist)도 새롭게 추가됐다.
이밖에도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 도로 이탈 경감 시스템(RDM), 오토 하이빔(AHB), 후측방 경고 시스템(BSI)이 적용됐다.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바디 구조와 리어 사이드 에어백 및 프런트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첨단 10 에어백 시스템도 채택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 평가에서 최고 등급 ‘TSP+’(Top Safety Pick+)을 획득했다.
기어 변속은 ‘어이 없던’ 전자식 변속 버튼에서 다시 손맛을 살린 기어 스틱 방식으로 돌아왔다.
어이는 맷돌 손잡이(맷손)로 잘못 알려졌다. 맞춤법과 상관없이 ‘손잡이’라는 뜻으로 종종 사용된다. 자동차 기어 스틱도 어이로 볼 수 있다.
드라이브 모드는 기존 이콘(ECON)·노멀·스포츠 모드에 운전자가 설정치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인디비주얼 모드를 추가했다.
이콘·노멀 모드로 저·중속 주행 때는 그냥 전기차다. 조용하고 매끄럽게 움직인다. 시속 50km까지 전기차(EV) 모드로 달릴 수 있다.
EV 모드에는 주행하면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차지 기능이 있다. 시내 주행에서는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달릴 수 있다.
바람 소리도 잘 차단하고, 노면 소음도 잘 억제한다. 엔진 전체에 우레탄 커버를 씌우고 소음진동 흡음재 등을 넣은 효과다.
조용하고 정숙하다 보니 대용량 서브우퍼를 포함한 12개의 고성능 스피커로 구성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귀르가즘’(귀+오르가즘)을 일으킨다.
과속방지턱도 깔끔하게 넘어간다. 시속 60km 안팎으로 방지턱을 넘었을 때 상대적으로 충격을 잘 흡수하고 부드럽게 가속한다.
고속구간 안정성도 우수하다. 제동성능도 안정적이다. 지그재그 구간에서는 재미가 쏠쏠하다. 코너 구간에서는 날카롭게 진입하고 매끄럽게 빠져나온다.
자동차가 바깥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언더스티어도 잘 억제한다. 시트도 흔들리는 몸을 잘 잡아준다. 보이지 않는 손이 차체를 잡아주면서 필요할 때 밀어주고 당겨주는 기분이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라 파워트레인 및 브레이크를 통합 제어, 코너링 때 추가되는 감속도를 제어하는 모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적용해서다.
연비효율성은 무척 뛰어나다. 강원도 평창에서 강릉까지 70km 거리를 달릴 때 기름 많이 먹는 스포츠 모드를 절반 가량 사용하고 급가속ℓ급출발도 종종 사용했지만 17km/ℓ 정도 나왔다.
공인연비(16.7km/ℓ) 이상이다. 같이 시승한 기자들 중에는 20km/ℓ 이상도 많았다.
아쉬운 점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고속도로 직선 구간에서는 성능이 괜찮지만 곡선 구간에서는 차선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차선을 이탈하지는 않지만 불안감을 줄 때가 있다.
어이가 없어 사라졌던 손맛을 다시 살리고 파격적인 변신으로 살맛을 높였다.
직간접으로 경쟁하는 차종들 입장에서도 ‘어처구니’가 없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냥 혼다가 아니라 ‘기술의 혼다’ 경쟁력이 그만큼 향상됐기 때문이다.
주요 공략 대상은 5000만원대 편안하고 안전하면서 유지비도 아껴주는 아빠차를 찾는 30~50대다.
쏘나타·그랜저 등 국산 중형·준대형 세단 대신 수입차를 타고 싶지만 6000만원 이상 줘야 하고 유지비도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벤츠 E클래스·BMW 5시리즈에는 부담을 느끼는 구매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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