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소환된 카카오 김범수…주가조작 관여했나 [한강로 경제브리핑]

안승진 2023. 10. 2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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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IT기업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3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출석했다. 배재현 카카오투자총괄대표가 지난 19일 구속된 가운데 금융당국은 SM엔터 주식 매입 과정을 김 센터장이 인지했는지 여부에 주력해 10시간 넘는 장기간 조사를 이어갔다. 검찰이 카카오 법인에 양벌규정 적용까지 검토하면서 최악의 경우 주력기업인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직위가 박탈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이는 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출석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공룡기업 카카오에 칼날 겨눈 감독 당국

김 센터장 출석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된 ‘SM 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 수사의 마무리 국면을 의미한다. ‘피의자’ 신분은 금융감독당국의 ‘칼날’이 카카오 경영진을 겨냥했다는 뜻이다. 금감원과 검찰은 카카오 경영진이 지난 2월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긴밀한 관계에 있던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억원을 투입, SM 주식을 대량 매수해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12만원보다 높게 유지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시세조종을 금지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176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13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에 이런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금감원과 검찰은 이 과정에서 5% 이상 주식을 소유할 경우 한국거래소 등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어겼다고 본다.

감독 당국은 혐의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8일 배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 결과 발표 당시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자료로 객관적 사실관계는 상당 정도 규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관건은 김 센터장까지 기소될지다. 금감원 내에서는 김 센터장의 직접적 지시 없이 배 대표가 독단적으로 시세조종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센터장이 기소를 피한다 할지라도 문제는 남는다. 금감원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법인에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양벌규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지분 27.2%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라는 점이 문제다. 원칙적으로 비금융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한도는 의결권 기준 10%인데, 금융위원회 승인에 한해 최대 34%를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승인 요건 중 하나로 해당 주주가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어야 함을 들고 있다.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을 받을 경우, 금융위 규정 위반으로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리를 잃을 수 있다. 

카카오로선 자신들이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KLAY)에 대한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법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은 카카오가 클레이 발행 과정에서 투자금으로 모은 1500억∼3000억원 상당에 대해 김 센터장 등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최근 고소인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리스크가 카카오 경영진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경영 재편 필요성도 커졌다. 지난 8월 기준 계열사 144개 규모로 몸집을 키우기까지 계열사별 책임·독립 경영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통합 관리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큰 그림’이 모호하니 계열사 간 유기적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관리할 시스템도 부족했다. 지난달에는 카카오 재무그룹장(부사장)이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 배임·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카카오는 쇄신을 위해 일단 지난달 계열사 전략을 조율하는 ‘CA협의체’를 총괄 4인 체계로 개편했다. 네이버 출신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경영지원)과 정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사업)가 CA협의체에 합류했고,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위기관리)과 배 대표(투자)가 CA협의체를 구성했다. 배 대표 구속으로 추가 변화는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CA협의체를 신사업 추진이나 투자 전략까지 검토하고 결정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로운 경영체계 도입을 위한 조직 개편 방안 마련과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검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잇따른 리스크로 떨어지는 주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카카오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100원(2.81%) 하락한 3만7950원에 마감,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사진=뉴시스
◆ 리스크 관리 부실 도마 오른 키움증권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주가조작세력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거래 창구로 이용된 키움증권의 주가가 20% 넘게 급락했다. 키움증권에서는 이번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5000억원 규모의 미수금이 발생하며 라덕연발(發)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에 이은 리스크 관리 허점을 드러냈다. 금융당국은 키움증권을 비롯한 전 증권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 실태 점검에 나섰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키움증권 주가는 전날 대비 23.93% 급락한 7만6300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올 연말부터 2025년까지 주주환원율 30% 이상을 목표로 하는 3개년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지난 11일 기준 장중 11만1000원까지 주가가 상승했으나 불과 8거래일 만에 연저점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시세조종 세력의 통정매매 거래 창구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은 영풍제지의 주가 급등세에 지난 7월까지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하며 미수거래를 차단했으나 키움증권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이후인 19일에야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영풍제지로 인해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현재 거래정지 중인 영풍제지의 거래가 재개하면 키움증권은 미수금을 내지 못한 주식에 대해 반대매매(강제처분)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거래 재개 이후에도 영풍제지의 하한가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반대매매에 따른 회수액에 따라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CFD 사태로 2분기 기준 91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반영했는데 추가로 충당금을 쌓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영풍제지 미수금 관련 비용부담을 키움증권 4분기 실적에 반영함에 따라 올해 연간이익 전망치를 5293억원으로 직전 대비 23.3% 하향한다”며 “KB증권은 4분기 실적에 2500억원의 (손실)비용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본인들도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키움증권의 한 관계자는 “(영풍제지 주가조작세력이) 소수의 계좌를 통해 5000억원 가까운 미수금을 가지고 매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저희도 미수금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이 타사 대비 낮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재무구조, 시가총액, 거래대금 자본 구조, 거래소 시장조치 등을 고려해 증거금률을 결정하는데 이 종목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것은 아니어서 내부기준에 따라 증거금률이 설정됐다”며 “앞으로는 더 여러 가지 상황을 보기 위해 기준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이날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POSCO홀딩스, 포스코DX, 레인보우로보틱스, 유니트론텍, 와이랩, 화인베스틸, 이수페타시스, 인베티지랩, 한미반도체, LS네트웍스, 이랜시스, 신성에스티, 우리로 등 15개 종목의 증거금률을 이날부터 100%로 상향한다고 공지했다. 키움증권 측은 “이들 종목의 미결제위험이 증가해 증거금률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별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거금률은 내부기준에 따라 증권사 스스로 결정하게 되는데 키움증권의 경우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고 새로운 것이 나오면 추가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키움증권 같은 회사들이 추가로 있는지 점검을 하고 있고 증권사들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철저히 할 수 있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코스닥 외국 상장사의 시세조종 혐의도 드러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 의결을 통해 국내에 상장된 외국기업의 경영진이 유상증자 과정에서 자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다며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통보했다. 국내 상장된 외국기업 A사의 대표이사, 한국 연락사무소장인 이들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A사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 결정 발표 이후에도 주가가 추가로 떨어지자 A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위는 이들은 차명계좌 등을 이용한 시세조종을 통해 5개월간 A사 주가는 26.8%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A사 한국 연락사무소장은 2019년 유상증자 정보를 이용해 보유주식을 미리 처분해 3억5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받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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