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잇따른 죽음…회장님이 낸 ‘국회 불출석사유서’
'파리바게트'와 '삼립빵'으로 유명한 SPC 그룹.
'e편한세상' 아파트로 잘 알려진 대림이앤씨.
두 회사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중대 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사업장으로 '악명'이 높다는 점입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2일 국감에서 두 회사의 대표이사들을 불러 노동자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습니다.
이후 그걸로는 모자란다며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 이른바 '오너'가 오는 26일 직접 종합 국감에 나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회장님'들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SPC 허영인 회장은 7월에, DL그룹 이해욱 회장은 9월에 각각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면서 어쩔 수 없는 경영상 일정임을 강조했습니다.
■ 허영인 회장 "K-푸드 세계화의 기회, 절박한 마음 헤아려 달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SPC 허영인 회장이 내세운 이유는 'K 푸드 세계화'입니다.
허 회장은 "K-푸드의 세계화와 함께 SPC 그룹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목표로 미리 계획된 불가피한 해외 출장 때문에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못하는 점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허 회장이 국감 예정일(26일)에 가기로 한 일정이 뭔가 봤더니,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국제제과제빵 박람회(IBA)'였습니다.
최첨단 제빵 설비와 안전시스템 등이 전시되며, 57개 나라 천3백여 개 업체가 참가한다는 게 허 회장 설명입니다.
특히 올해는 SPC 삼립의 '약과'가 7천9백 개 후보 중 68개만 선정되는 '아누가 이노베이션 쇼'에서 수상해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고 했습니다.
허 회장은 국정감사 불출석 이유서에 혁신 식품으로 선정됐다는 SPC 삼립의 약과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SPC 그룹을 총괄하는 황재복 대표이사가 국회에 대신 나가게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전 세계 유수 식품기업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에서 혁신 식품에 선정된 상황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입니다."
■ 이해욱 회장 "미국에 체류 중...건설경기 침체 극복방안 찾는 중"
DL(대림)그룹 이해욱 회장도 역시 불출석 사유서를 냈습니다.
이 회장은 "이미 10월 6일 출국하여 미국에 체류하고 있으며, 건설경기 침체를 극복할 방안을 찾기 위해 도심개발사업 현장들을 개별 방문하고 국내 도심환경 개선 및 개발사업에 접목할 부분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10월 25일에는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는 업체(X-Energy)의 경영진을 만나고, 10월 27일에는 세계 일류 엔지니어링사인 KBR 경영진과 바이오 항공유 기술 공동개발 MOU를 체결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일정 때문에 26일로 예정된 국회의 국정감사 출석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말은 이렇습니다.
"귀 위원회에 출석해 위원님들께 중대 재해 재발 방지에 대한 저와 DL그룹 전 임직원들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위와 같은 일정을 제가 일방적으로 취소하거나 다른 때로 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을 널리 양해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지난해부터 SPC 2명·DL은 8명의 노동자 사망
지난해 10월 15일, SPC 계열사인 SPL 평택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노동자 박선빈 씨가 기계에 끼어 숨지자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은 10월 21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인 뒤 안전시설 확충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8월, SPC 계열사인 샤니의 성남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어 또 사망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8일에는, 1년 전 사고가 났던 SPL 평택공장에서 한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손이 끼어 다쳤습니다.
DL(대림)이앤씨의 사업장에선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7번의 사고가 나, 8명의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중대 재해'가 일어난 회사입니다.
특히 지난 8월 부산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추락해 숨진 29살 고 강보경 씨 사건과 관련해선, 원청인 DL이앤씨와 하청업체인 KCC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회사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강 씨의 어머니는 아들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경영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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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원 기자 (siw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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