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전쟁] 지휘자 비치코프 "고문·인질극은 동물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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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하마스가 저지른 행위는 분명 테러리즘입니다. 이 일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해결돼야 합니다."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러시아 태생의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71)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을 비판했다.
비치코프는 하마스의 민간인을 향한 공격은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느 한쪽의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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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개의 국가'로 존재해야…양쪽 희생자 고통에 똑같이 공감"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2주 전 하마스가 저지른 행위는 분명 테러리즘입니다. 이 일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해결돼야 합니다."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러시아 태생의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71)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을 비판했다.
서른 중반에 베를린 필하모닉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녹음하면서 일찍이 명성을 얻은 비치코프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지휘자다. 음악적인 명성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제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가장 앞서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비치코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을 받자 무거워진 표정으로 "그동안 이 전쟁에 관해서는 침묵으로 제 입장을 표명해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은) 우크라이나 침공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침공"이라며 "작은 마을에 가서 보이는 대로 사람들을 무차별 사살했다. 군대와 군대 간 전쟁이 아니고, 무장한 군인들이 무고한 시민들을 죽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마스가 저지른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고, 인질로 잡는 행동은 동물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사실 겁쟁이들만 인질을 잡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협상의 기회를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치코프는 하마스의 민간인을 향한 공격은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느 한쪽의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상황에 대해서 우리가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의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의 감정은 너무 격양됐다. 2주 전에 일어난 일과 그동안에 있었던 오랜 역사를 우리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두 개의 국가'로 존재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양측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비치코프는 "이스라엘 희생자들과 팔레스타인 희생자들의 고통에 똑같이 공감한다"며 마음 아파했다.
여기에는 유대인으로 그의 가족들이 겪었던 비극도 자리 잡고 있는듯했다. 그는 앞선 우크라이나 침공 비판 성명에서 전쟁으로 겪은 비극적인 가족사를 공개한 바 있다. 성명에 따르면 그의 친할아버지는 2차세계대전 때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했고, 외할아버지의 가족들은 나치에 학살당했다. 아버지는 전쟁에서 두차례 다쳤고, 어머니는 900일간 이어진 포위 공격 속에서 겨우 살아남았다.
"파리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스크린으로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를 봤어요. 한쪽에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이, 다른 한쪽에는 튀르키예가 있더군요.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어요. 비행기 안은 이토록 평화로운데, 지금 저 아래는 극악무도한 폭력이 가득하다고요. 도대체 왜 사람들이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는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더군요."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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