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모든 것은 변한다. 그것이 돌일지라도

김현지 이응노미술관 학예사 2023. 10.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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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위해 아침에 집을 나선다.

하나씩 꼬집어보면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이 변했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것이 돌일지라도(Everything changes, even stone)."

그것이 돌일지라도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모네의 말처럼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어제와 오늘도 수많은 변화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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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이응노미술관 학예사

출근을 위해 아침에 집을 나선다. 기분 좋은 쌀쌀함과 함께 가을이 코끝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부지런한 자연의 움직임 때문일까? 지난했던 여름은 가고 아침 공기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어제와 오늘, 별반 차이 없는 일상인 것 같다. 직장인에겐 월요일이 화요일이고 화요일이 수요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고등학생 때와 사회초년생, 그리고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처해있는 상황, 만나는 사람들, 생각, 외모까지 것들이 변해있다. 하나씩 꼬집어보면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이 변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와 오늘의 나는 거기서 거기 같은데 말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것이 돌일지라도(Everything changes, even stone)."

화가 모네의 말이다. 대중들에게 너무나 유명한 인상주의 대표화가 모네의 그림을 바라본다. 인상주의 이전의 화가들은 사물이 각자가 가진 고유한 색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모네는 사물에는 어떤 고유한 색이 부여된 것이 아니고, 그저 빛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즉 빛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비치는 모습이 변화하기에 똑같은 사물이라도 볼 때마다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모네는 한순간도 같을 수 없는 빛의 움직임을 화폭에 담아냈다. 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동일한 풍경에 대한 시간과 빛의 움직임을 연작으로 그려낸 것으로 유명하다. 1877년 프랑스 파리의 '생라자르역'을 그린 12점의 그림과 1890년부터 1891년까지 그려낸 25점의 건초더미 연작, 1892년부터 1894년까지 그린 루앙대성당 연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생라자르 역을 그린 작품은 단 2점만 정확히 같은 시점으로 그렸지만, 그 후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극명하게 같은 구도를 표현하게 된다. 건초더미나 루앙 대성장 연작을 바라보면 언뜻 같은 대상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시시각각 찬란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그 만의 아름다운 언어로 보여준다.

이런 인상주의 사조는 오늘날까지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중들이 사랑하는 그림은 그 자체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어려운 설명 없이도 즉각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그림 안에 담긴 함의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 닿았을 것이다.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연작을 마주했을 때 느낀 감동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단어로 말해버리기엔 너무 아쉽다.

그렇다. 어제와 오늘, 같은 빛이 내리쬘 수 없다. 같은 시간일 수 없다.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보는 것. 그것이 돌일지라도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모네의 말처럼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어제와 오늘도 수많은 변화 안에 있다.

만약 모네의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제 하루하루 변화하는 삶의 모습을 바라볼지 말지 또한 당신에게 달려있다. 김현지 이응노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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