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100세 시대의 워라밸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2023. 10.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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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요즘 젊은이들의 직장에 대한 화두가 '워라밸(Work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한다. 언제나 일이 모든 것에 우선했던 우리 세대나, 우리나라를 최빈국에서 이만큼 만든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어울릴 법한 말 같은데 요즘 세대의 화두가 되는 말이라니 한편으로 씁쓸하면서도 반갑기도 하다.

또한 요즘 젊은이들이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세대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한다. 우리 세대는 아마도 80세 정도가 평균 기대수명이 될 것 같은데, 우리 자녀들은 아마도 100세까지는 살 것으로 누구나 기대를 한다.

내가 운영하는 회사의 경우, 연구소 등 몇몇 부서를 제외하고는 많은 경우 대학의 전공을 크게 따지지 않는 분위기이다. 물론 지방기업이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도 이에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대학에서 평생의 직업을 가질 전공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직장에 취업을 하고서야 비로소 본인이 직업인으로서 평생 탐구할 전공을 찾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워라밸은 본래 1970년대 후반, 영국 여성노동자들이 직장의 일과 가정의 일을 모두 감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 관련 휴식제도를 강화하고 유연한 근무시간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워라밸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이 때에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된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서 생산성이 여전히 6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시점에서, 근무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하는 선진사회와 아직도 많은 개인적인 일을 하는 것이 관행인 우리나라가 그냥 받아들여도 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신입사원이 처음 오면 워라밸에 대해 이렇게 논의하고는 한다. 신입사원이 처음 입사해서 일정기간을 거쳐 업무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워라밸과 관계없이 배우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업무에 익숙해지면 업무의 경중에 대해 빠르게 판단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일을 진행하는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조금 꼰대의 생각일 수 있지만 워라밸을 사실 이처럼 업무 관련 어느 정도 방점을 찍은 후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인정받지도 못하고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단순히 즐거운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무책임한 생각이 아닐까.

물론 직장에서도 당연히 직원들을 사랑의 마음으로 돌보고, 직원들의 권리나 삶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로 살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이고, 이것이 부재하면 기업이 지속될 수도 없으며 직원들의 미래를 보장하거나 복지를 제공할 수도 없다.

이를 이해하고 있는 직원들은 자신의 일을 통해서 회사나 사회에 기여를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나 가족의 행복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젊은 직원들에게 '100세를 살 여러분들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냐'고 물으면 대부분 "오래 일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본인만의 경쟁우위를 갖지 않으면 아마도 2기나 3기의 직장 생활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요즘 몇몇 젊은 사람들은 아르바이트나 배달 등 단순한 일을 오랫동안 하거나, 혹은 몇 달 근무하다 실업급여를 받아 생활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전해듣곤 한다. 모두 사는 방식이 다르다고 하지만, 50대나 60대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발등만 바라보고 사는 새로운 인류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은 과거세대의 지나간 속담이 아니라 지금 세대가 절실하게 참고해야 할 속담이라고 생각한다.

100세 시대에 워라밸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인생 전주기의 걸쳐 고민해야 할 것이다. 40대 중반 전에 본인만의 전문분야를 만들어 놓지 못한다면 우화에 나오는 베짱이 꼴을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젊어서 꾸준한 학습과 미래를 준비를 하지 않고 워라밸을 찾아 즐기기만 한다면 비참한 노후는 피하기 어렵다.

다시 정리하면, 40대 초중반 전의 사회 초년기에는 업무관련 전문성을 쌓는 것에 집중하고, 그 이후 이를 토대로 사회적 위치가 어느 정도 공고해진 후에 워라밸에 대해 고민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미래는 핵개인의 시대라고 한다. 즉 내 능력이 없으면 내 미래도 내 가족의 미래도 불투명해지는 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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