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 일반 인공지능 그리고 초지능의 시작[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1)
GPT-4 유료 버전을 써보면, 인공지능은 특이점에 이미 왔다고 판단된다.
오만가지 일을 다 하는 GPT-4를 보면, 일반 인공지능도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어떤 인간보다 지능이 높은 기계를 의미하는 초지능도 마찬가지다.
오래전 김현 선생님의 <행복한 책읽기>라는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김현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그 뒤를 장정일 작가가 <장정일의 독서일기> 시리즈로 이어가 7권까지 나왔고, 이후에는 같은 작가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시리즈가 3권까지 이어졌다. 필자는 이러한 읽기 시리즈를 AI 읽기 칼럼 시리즈로 이어가 보고자 한다. ‘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를 통해 AI를 읽고, AI가 생성한 글과 이미지를 읽어서, 세상을 읽는 행복함을 독자들이 누렸으면 한다.
2023년 3월 14일에 발표된 GPT-4의 유료 버전을 사용해보면, 인공지능은 특이점(Singularity)에 이미 다다랐다고 판단된다. 스탠퍼드대 학부생 정도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스탠퍼드대 학부생이라 하더라도 완벽한 지식과 지능, 완벽한 판단을 할 리가 없는 것처럼 GPT-4 역시 완벽할 수 없다. 천재 같은 인간도 실수를 많이 하는 것처럼 인공지능 역시 실수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아무리 합리적이려고 애를 써도,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돼 있다.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에 제한이 있고, 의사결정을 하는 시간도 부족하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컴퓨터가 있어도, 최적해를 단시간에 구할 수 없는 문제들이 우리 주변에는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특이점(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 예찬론자들은 살아 있는 모든 인류 지능의 총합보다 더 우수한 초인공지능(Superintelligence)이 출현한다고 보고, 이 단계에 도달하면 많은 것이 격변하리라고 주장한다. 상당히 고성능인 AI가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다. 인간은 이미 많은 것이 변하는 시대의 시작점에 서 있다.
일반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도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AGI의 개념은 특이점과 유사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AI’로 정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특이점 정의도 그렇고, AGI 정의도 그렇고, 그 정의에 ‘인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인간 자체가 완벽하지 않으므로 그 인간의 총합보다 더 우수한 특이점에 도달했다고 해서 그 인공지능에 무슨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이론상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 인공지능 역시 인간과의 비교에 머물러서는 전폭적인 신뢰를 부여하기 어렵다. 상당히 많은 종류의 일을 하는 AI 정도로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 오만가지 일을 다 하는 GPT-4는 이미 AGI라고 규정해도 무방하다.
어떤 인간보다 지능이 높은 기계를 의미하는 초지능은 어떨까. 스탠퍼드대 학부생 수준의 지능이 GPT-4인데, 이것이 GPT-5, GPT-6, GPT-7 식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면 상당한 지능을 갖춘 인공지능 서비스를 우리 인간은 머지않은 장래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불완전한 인간을 넘어선다고 초지능 지위를 부여하는 개념 정의 역시 모호하긴 하지만, 초지능도 이미 시작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닉 보스트롬(Nick Bostrom·1973~)과 같은 미래학자들은 초지능을 넘어 기계가 의식을 가지는 바람에 결국 인간을 공격하는 지경으로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그러나 과학적이지 않다. 과학적으로 입증도 어렵고, 반증도 어렵다.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 ·1902~1994)에 따르면 어떤 주장이 과학적이려면 반증 가능(falsifiable)해야 한다. 기계가 의식을 가질 것이라는 주장은 아직 입증도 반증도 어려운 상황이므로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종교나 신념의 영역이다. 다만 의식까지는 아니어도 인간 수준의 지능을 획득한 기계는 이미 존재한다. 초지능 시대의 만개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2023년 10월 오픈 AI가 드디어 멀티모달(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영상을 입출력하는 기능)을 일반인에게도 선보였다. 매달 20달러를 내는 GPT-4 사용자는 누구나 이 기능을 쓸 수 있는데, 완전 신세계다. GPT-4 채팅창에서 이렇게 넣어보았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에서 재밌게 쓸 수 있는 이모티콘 그려줘. Yes Sir. I Love You 등 애정과 존경이 담긴 이모티콘을 그려줘.”
그랬더니 <그림 1>과 같은 4개의 그림을 달리 3(Dall·E 3)가 그려줬다. 이걸 다운로드해 메신저의 이모티콘 대신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냥 행복하다. 영업사원을 교육하는 발표자료를 만들기 위해 GPT-4에 “열심히 상품을 판매하는 세일즈맨과 그 설명을 집중해서 듣는 고객의 모습을 그려줘”라고 했다. 이번에는 달리 3가 <그림 2>를 내놓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닮은 지능(human-like intelligence)이 아닌 인간이 만든 지능(human-made intelligence)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그림을 그려줘”라는 주문도 넣어봤다. 4개의 그림을 보여주었는데, 그중 하나(그림 3)를 선택해 독자 여러분과 공유한다. 내친김에 “여친이 뽀뽀해 준다고 해서 너무 기뻐하는 남자의 모습을 그려줘”라고 했다. <그림 4>와 같이 귀여운 그림들이 탄생했다. 인공지능은 이제 초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의 시대를 지나 벌써 초거대멀티모달(Large Multimodal Model)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GPT-4를 통해 달리 3를 사용해보시길 적극 추천한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빅데이터응용학과·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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