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약자 벽 허문다…맥날·롯데리아 키오스크 착한 '변신'
롯데리아, 내달 고대비 화면 등 업데이트
장애인차별금지법 따라 2026년 개선 의무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키오스크(무인결제기기) 도입 확대가 시각장애인,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유리절벽'으로 다가오고 있다. 키오스크가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 주요 프랜차이즈들은 최근 키오스크 기기 개선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사용법 교육 등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추세다.
장애인도 키오스크 쓸 권리
국내 식음료 프랜차이즈 매장의 키오스크 도입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요식업종의 키오스크 도입 대수는 2019년 5479대에서 2021년 2만1335대로 4배 가까이 늘었다.
키오스크가 늘어난 만큼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위해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건비 절감과 편리함을 위한 기술의 발전이 차별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애인들의 권리구제를 위한 법안도 마련된 상태다. 2021년 7월, 무인정보단말기를 설치·운영하는 경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통과됐다. 단계적 적용에 따라 공공기관부터 교육기관, 의료기관에 이어 2026년 1월 28일부터는 100인 미만 민간기업에도 의무가 적용된다.
시행령에는 △무인정보단말기 화면 내의 시각 정보를 인식하고 물리적 조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보조기기 또는 소프트웨어 설치 △시각장애인이 감지할 수 있도록 다른 바닥과 구분되는 재질의 바닥재 설치 △무인정보단말기 전면에 점자블록 또는 음성안내장치 설치 등이 기재돼 있다.
음성지원부터 테이블 서비스까지
키오스크를 선제적으로 운영 중인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유리절벽'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지원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키오스크 하단에 이어폰을 연결한 후 화면을 터치하면 해당 화면의 메뉴를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시스템이다.
현재 장애인 단체의 제안에 따라 서울 내 시각장애인 복지기관, 맹학교, 직업훈련원 인근의 15개 매장을 우선 도입 매장으로 선정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주문한 메뉴를 자리로 갖다주는 '테이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현재 전체 매장의 84%에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직영매장에 음성지원 기기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가맹점에 기기 도입을 강제할 수 없어 직영점 위주로 적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내달 전국 매장에 있는 키오스크에 저시력자나 색약자를 위한 고대비 효과와 돋보기 기능 등의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신규 키오스크를 추가 설치하는 대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방안을 택했다. 돋보기 표시를 누르면 글자와 그림을 보다 크게 볼 수 있고, 화면이 넘어갈 때마다 안내 음성도 지원된다. 직원 호출 기능도 운영한다.
롯데GRS 관계자는 "키오스크를 통째로 바꾸는 건 가맹점들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다음달 중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앱도 디지털 약자를 위한 서비스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스타벅스는 모바일 음성 주문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앱으로 주문 가능한 '사이렌 오더'와 삼성전자의 음성 인식 기능인 '빅스비'를 연동해 터치 주문 대신 음성지원이 가능하다. 1700여개 직영매장을 운영 중인 스타벅스는 키오스크 대신 모바일 앱 주문과 직접 주문만 받고 있다.
한국디지털접근성진흥원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은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키오스크의 어디를 누르고 있는지 알 수 없어 키오스크 터치스크린을 이용할 엄두를 못 낸다"라며 "주문 후 음식을 찾을 수 있는 동선과 번호표 등에 점자 표기를 적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고, 모바일 앱에도 연동 시스템 등을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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