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영풍-고려아연 실적… '장씨 vs 최씨' 누가 더 경영 잘하나

김동욱 기자 2023. 10. 24.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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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전운 감도는 영풍-고려아연] ② 불황 대응 및 ESG 경영서 성과 차이

[편집자주]영풍그룹을 공동으로 일군 장씨일가와 최씨일가의 동맹에 금이 가고 있다. 최씨일가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분리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장씨일가도 고려아연 지분을 확대하고 있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의 계열분리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고려아연을 놓고 두 집안 사이에 벌어지는 이상기류를 추적해 봤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 성적표가 엇갈린다. 사진은 영풍 석포제련소. /사진=영풍 제공
▶기사 게재 순서
①'장씨-최씨 74년 동맹' 균열… 고려아연 놓고 두 가문 대결
②엇갈린 영풍-고려아연 실적… '장씨 vs 최씨' 누가 더 경영 잘하나
③독립 꿈꾸는 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계열분리 하나
장병희·최기호 창업주의 영풍기업 공동 설립 이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 성적표가 엇갈린다. 불황 속 장씨 일가가 이끄는 영풍은 적자의 늪에서 헤매고 있지만 최씨 일가가 경영 중인 고려아연은 흑자를 기록 중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측면에서도 영풍은 환경오염 논란에 직면한 반면 고려아연은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불황 속 다른 결과… 적자 빠진 영풍, 선방한 고려아연


영풍은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 8445억원, 영업손실 58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 줄고 적자 전환됐다. 영풍은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368억원을 거두며 연간 흑자를 노렸으나 같은 해 3분기부터 영업손실을 기록, 2022년 1년 동안 1078억원의 적자를 봤다. 전년도(영업손실 728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진 것. 2022년과 달리 올해에는 상반기부터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업황 개선도 더딘 점을 감안, 적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영풍 적자는 전력비 등 원가 부담이 늘어난 영향으로 관측된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총 5회에 걸쳐 킬로와트시(kWh)당 40.4원(39.6%) 올랐다. 아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고 손실 확대도 적자 요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아연 가격은 지난 1월27일 톤당 3509달러까지 오른 뒤 지난 5월25일 톤당 2224달러까지 떨어졌다. 약 36.6% 하락이다. 이후 아연 가격이 소폭 올랐지만 환율 등을 고려하면 올 3분기에도 일부 재고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란 게 증권가 시각이다.

전기요금 상승 및 아연 가격 하락 속에서 고려아연은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별도기준 고려아연의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6023억원, 3195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견줬을 때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9%, 43.8% 줄었다. 불황 탓에 실적 악화는 불가피했으나 영업이익을 거두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최근 3년 동안 고려아연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최근 실적 악화는 기저효과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3년간 고려아연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0년 5조6521억원, 7808억원 ▲2021년 7조1625억원, 9246억원 ▲2022년 8조814억원, 9314억원 등으로 늘었다.

고려아연이 올 3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뛰어넘는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른 사업 부문이 아연 부문 부진을 만회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기 보수에 따른 판매량 감소와 5~6월 아연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연과 전기동 판매 증가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올 상반기 대비 생산·판매가 정상화된 연의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낙동강 환경오염' 영풍… '친환경 사업 확대' 고려아연


2022년 12월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를 촉구하는 환경운동연합. /사진=뉴시스
ESG 경영에서도 고려아연이 영풍을 앞섰다는 평가다. 경북 봉화군 소재 영풍 석포제련소는 카드뮴을 배출해 환경오염을 이끌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환경부 소속 대구지방환경청이 2019년 영풍 석포제련소 제1·2공장 인근 낙동강 수질을 측정한 결과 하천 수질 기준을 최대 4578배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 환경부는 영풍 석포제련소가 수년간 낙동강 최상류에서 카드뮴 오염수를 불법배출한 것으로 보고 과징금 281억원을 2021년 11월 부과했다.

환경부 지적에도 환경오염 논란은 지속됐다. 환경부가 시설개선을 조건으로 2022년 12월 석포제련소에 대한 운영 허가를 내줬는데 법령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대구환경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석포제련소 배출시설 일부에서 오염물질을 최대한 흡입할 수 있는 후드 설비가 미설치됐다. 오염물질이 새어나가는 것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치하고 방지시설의 적정 운영에 필요한 시설도 일부 고장나거나 훼손됐다.

고려아연은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자원 순환, 이차전지 소재를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대표 사례다. 2021년 아크에너지를 설립하고 지난해 호주 최대 신재생에너지 개발업체 에퓨론을 인수했다. 오는 2040년까지 9기가와트(GW) 규모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할 방침이다. 자원 순환과 관련해서는 2022년 7월 전자폐기물 관련 기업 이그니오를 품었다. 이스크랩(폐전기·전자제품류)에서 유가금속을 추출해 자원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차전지 소재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핵심으로 불린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기반으로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건습식 융합 기술을 적용해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한다. 자회사 켐코는 LG화학과 내년까지 연산 2만톤 규모의 전구체(양극재 중간원료) 공장을 지을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소재인 동박 생산능력(1만3000톤→ 6만톤)을 늘리기 위해 자회사 케이잼에 7365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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