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최씨 74년 동맹' 균열… 고려아연 놓고 두 가문 대결

이한듬 기자 2023. 10. 2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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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전운 감도는 영풍-고려아연] ① 최씨일가, 고려아연 계열 분리 나서

[편집자주]영풍그룹을 공동으로 일군 장씨일가와 최씨일가의 동맹에 금이 가고 있다. 최씨일가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분리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장씨일가도 고려아연 지분을 확대하고 있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의 계열분리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고려아연을 놓고 두 집안 사이에 벌어지는 이상기류를 추적해 봤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 사진=고려아연
▶기사 게재 순서
①'장씨-최씨 74년 동맹' 균열… 고려아연 놓고 두 가문 대결
②엇갈린 영풍-고려아연 실적… '장씨 vs 최씨' 누가 더 경영 잘하나
③독립 꿈꾸는 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계열분리 하나
'장씨' 집안과 '최씨' 집안, 두 가문이 동업한 고려아연에 이상 기운이 감지된다. 지난 74년 동안 동맹관계를 유지해 온 두 집안 오너일가 사이에 지분경쟁이 발발하면서다. 실질적으로 고려아연의 경영을 맡아온 최씨 집안 오너일가가 지난해부터 회사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데 맞서 장씨 집안도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재계 일각에선 계열분리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지분 매입 경쟁… 왜?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기업'이 모태다. 1970년 영풍 석포제련소, 1974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설립해 아연 제련사업을 시작했으며 장씨 일가는 영풍 석포제련소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각각 맡아 지난 50년간 독립적으로 경영해 오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기존에는 지분 소유는 장씨 일가, 경영은 최씨 일가로 나뉘어 운영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지난해 6월 기준 장씨측 지분율이 32.99%였고 최씨측은 14.55%로 구분이 명확했다.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이자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차남인 최윤범 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이 같은 구도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해 '한화H2에너지 USA'를 대상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실시해 우군 지분을 확대했다. 최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미국에서 동문수학한 사이로 알려졌다. 최 회장 개인적으로도 고려아연 지분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9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자사주 1만8528주를 매입했다. ▲9월5일 2900주 ▲7일 530주 ▲8일 700주 ▲11일 1650주 ▲12일 1742주 ▲13일 1780주 ▲14일 770주 ▲18일 1843주 ▲25일 5650주 ▲963주 ▲10월4일 1860주 ▲6일 3037주 등이다. 잇단 주식 매입으로 최 회장의 보유 주식은 기존 34만2507주에서 36만5932주로 2만3000주 넘게 증가했다. 투입 금액은 122억6000만원이다.

최 회장의 부친 최창걸 명예회장은 보유 주식 2만4912주 전량을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유미개발'에 매각했다. 유미개발은 건물 임대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최윤범 회장의 모친인 유중근 여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경원문화재단이다. 회사 지분 25.73%를 재단이 가졌으며 유 이사장 역시 12.87%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도 8.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최씨일가 회사다. 유미개발이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입한 것은 최씨집안의 지배력 강화로 해석된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거리두기 나서는 최씨… 내년 주총 주목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의 해외법인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표면상으로는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와 포장돼 있지만 최 회장이 정의선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지분경쟁의 우군 확보로 해석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중장기적으로 영풍과의 계열분리를 목적으로 지분을 강화하는 것으로 본다. 최 회장이나 고려아연 측에서 직접적으로 계열분리를 언급한 적은 없지만 3세 승계를 기점으로 독립적인 경영체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장씨 집안도 방어에 나서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데다 장씨 일가가 매년 배당금으로 얻는 수익이 1000억원에 달하는 알짜배기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씨 일가의 잇단 지분확대와 우군확보로 판도가 변했다. 현재까지 장씨 일가의 지분은 31.58%, 우군을 더한 최씨일가의 지분은 33.20%로 최씨 측이 소폭 앞선다.

재계에서는 두 집안의 지분경쟁이 '영풍정밀'로 번질지 주목된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1% 보유한 회사로 향후 주주총회에서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표대결이 벌어질 경우 상황을 결정할 가늠쇠로 떠오르고 있다. 최씨 일가가 최근 들어 영풍정밀 지분을 늘리고 있어 배경이 주목받는다.

영풍정밀 최대주주는 최윤범 회장의 어머니 유중근 이사장(6.27%)이며 최윤범 회장의 셋째 작은 아버지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도 지난해 말 4.59%였던 회사 지분을 최근 5.28%까지 확대했다. 이 기간 최창규 회장의 아내 정지혜씨도 지분을 0.73%에서 1.04%로 늘렸다. 최씨일가가 보유한 영풍정밀의 지분율은 36.13%로 장씨일가의 지분율 21.25%를 크게 앞선다. 사실상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통하는 만큼 향후 최 회장의 고려아연 지배권 강화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최 회장과 장씨일가 창업주 2세인 장형진 영풍 고문의 이사회 임기가 나란히 만료를 앞두고 있다"며 "내년 3월 고려아연의 정기 주총을 앞두고 올해 연말 주주명부폐쇄일까지 두 집안의 지분매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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