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나이에 5번 공습 경험…10명 중 8명이 “늘 죽음 공포”
아동 115만…전체 인구 절반
이스라엘 반복적 공습 영향
10명 중 9명 ‘수면·섭식 장애’
“불안 증상 극심…도움 절실”
이스라엘군에 봉쇄된 채 보름 넘게 공격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극심한 트라우마 증세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정신과 의사인 파벨 아부 힌은 “공습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경련과 야뇨증, 두려움, 공격적 행동, 부모와의 분리 불안 등 심각한 트라우마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내 안전한 장소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 주민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내 아동은 전체 인구(230만명)의 절반가량인 115만명에 이른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3일까지 17일째 이어진 공습으로 어린이 2055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체 사망자의 40%에 해당하는 것으로, 매일 120명의 어린이들이 사망한 셈이다. 부상자는 수천명에 이르렀다.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가자지구의 부모들은 사후 신원 확인을 위해 자녀의 다리에 이름을 적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가자지구의 15세 아이가 다섯 번의 공습을 경험했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공습은 반복적으로 찾아온 재앙이었다. 이스라엘은 2008~2009년과 2012년, 2014년, 2021년, 현재 등 총 다섯 차례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벌였다.
이런 공습 때마다 가자지구 어린이들에게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남았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2012년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상대로 벌인 ‘방어 기둥 작전’ 이후 가자지구 어린이 82%가 지속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91%가 분쟁 중 수면 장애를 호소했고, 85%는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등 섭식 문제를 겪었다. 갓 태어난 아이들 역시 이스라엘의 봉쇄로 생명의 위협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니세프는 이날 “현재 가자지구 내 최소 120명의 조산아가 병원 인큐베이터 안에 있으며, 이 중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신생아는 70명”이라면서 아기들이 전력 공급 중단으로 사망 위험에 놓였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사흘째인 지난 9일부터 가자지구에 전기와 가스, 물과 식료품, 의약품 등의 공급을 차단했다. 민간인을 위한 구호 통로를 개방하라는 국제사회 압력이 커졌고, 이집트 국경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일부 구호품 반입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전력 공급은 차단된 상태다. 병원들은 발전기를 돌려 운영하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병원에 계속해서 병원 폐쇄 및 대피 명령을 내리고 있어 병원 역시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대피를 거부할 경우 ‘테러조직 동조자’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해당 병원들은 공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많은 중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피를 거부하고 있다.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들도 대피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인구기금에 따르면 가자지구에는 현재 5만여명의 임신한 여성이 있으며, 매일 160여명이 출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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