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영업사원 효과’ 사우디서 24억弗 건설 수주…방산협력도 막바지
대공방어·화력무기 등 공동성명에 담길 듯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서 에너지·디지털 협력 모색
대학생 만나 “새 분야 개척 퍼스트 무버로 거듭”
[리야드=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건설과 방산, 첨단 미래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었다. 특히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을 맞은 올해 24억 달러 규모의 가스 플랜트 사업도 수주하면서 새로운 ‘중동의 붐’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양국 간 대공방어, 화력무기 중심의 방산 협력도 막바지 조율 중이며, 이번 순방을 계기로 대폭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효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있는 네옴 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1973년 삼환기업이 우리 기업 최초로 사우디에서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 사업(약 2000만 달러)을 수주한 해로부터 50년이 지난 것을 기념하면서, 네옴시티 등 첨단 미래 도시와 디지털 인프라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한국과 사우디가 굳건히 다져온 토대 위에 기술변화 및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인프라 경제협력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면서 “사우디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등에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도시건설 역량을 결합한다면 양국이 함께 미래 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윤 대통령 임석 하에 △자푸라 2 가스플랜트 패키지2차 사업(약 24억 달러)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운영 △모듈러 사업 협력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MOU △디지털 인프라 구축 MOU 등의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사우디 순방 성과인 총 51건의 MOU와 계약에 포함된 내용이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000720)은 사우디 아람코와 24억 달러 규모의 자프라2 가스 플랜트 패키지 2차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중동 최대 셰일가스존인 자쿠라 지역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정제하기 위한 플랜트 사업으로, 2021년 수주한 29억 달러 규모의 자프라 1단계 사업에 이어 연속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양국은 스마트 인프라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네이버와 사우디 도시농촌주택부는 사우디 5개 도시에 현실 공간과 똑같은 가상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을 구축해 도시계획 및 관리,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약 1억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또 한국과 사우디 양국은 ‘방산 협력’을 막바지 단계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발표될 ‘한-사우디 공동성명’에 포함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안보실 1차장은 전날 현지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회담 내용을 전하며 “방위산업은 사우디와의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대공방어체계, 화력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회성 협력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협력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우수한 방산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가 사우디의 국방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협력해 나가고자 하며, 이는 우리의 방산 수출 성과를 한층 확대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23일 오후 사우디 왕립과학기술원(KACST)에서 개최된 ‘한-사우디 미래기술 트너십 포럼’에도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포스트 오일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고 한-사우디 양국의 공통 관심 분야인 에너지·디지털·바이오·우주 분야에서 연구개발과 이를 기반으로 한 산업 간 연대·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덕연구개발특구로부터 시작된 한국의 과학기술 진흥 정책과 성과를 소개하며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저탄소 산업구조 개편에 힘쓰고, AI, 바이오헬스, 우주 분야를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혁신을 가속화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크고 타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가 큰 4대 분야(디지털, 청정에너지, 바이오헬스, 우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한국이 사우디와 함께 연대해 나가면, 사우디의 도전적 목표를 함께 이뤄나갈 뿐만 아니라, 세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이날 리야드에 있는 킹 사우드대학교에서 ‘청년, 미래를 이끄는 혁신의 주인공’이라는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국과 사우디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이끌어가는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킹 사우드대는 1967년 사우디에 설립된 최초 대학이자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졸업한 학교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는 30세 이하 청년들이 인구의 63%를 차지하는 젊은 국가”라며 “진취적인 사우디 청년들은 창업에 적극적이며 새로운 문화와 기술에 대한 수용성도 매우 높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사우디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사우디 청년들이 한국을 찾아 한국어를 배우고 다양한 분야 교육과 연구에 참여토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길 희망하는 사우디 학생을 위한 정부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박태진 (tjpar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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