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으로까지 오해받았던 부정맥 환자들[경희대병원 명의토크]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김진배 교수 2023. 10.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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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쉬지 않고 뛰지만, 건강할 때 이를 느끼기는 어렵다. 부정맥 환자는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거나 반대로 느려지면서 일상에서 가슴 두근거림과 통증을 느낀다. 악성 부정맥은 돌연사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함에도, 국내에서 부정맥을 치료하는 의사는 그리 많지 않다.

정신질환으로까지 오해받았던 부정맥 환자들


필자는 심장을 전기 배선이 된 ‘건물’이라고 하면, 배선이 잘못되거나 전기 흐름에 문제가 생겨 원래 신호 대신 엉뚱한 전기 신호가 나오는 현상이 ‘부정맥’이라고 설명드린다. 부정맥은 선천적으로 심장 구조에 문제가 있어 발생하기도 하지만, 담배나 술, 카페인, 스트레스 등 후천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부정맥 환자는 나날이 늘고 있다.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김진배 교수


예전에는 부정맥의 진단 자체가 어려웠다. 부정맥 질환이 불안장애 등 정신과 질환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제 환자 중에 어르신 한 분이 부정맥으로 진단받고 펑펑 우는 경우도 있었는데, 자신이 느끼는 증상을 정확히 진단받지 못해 무려 40년 동안이나 정신과 약을 먹으며 버티셨던 것이었다. 오랜 세월을 얼마나 고통을 겪으셨을지 안타까웠다.

필자는 사랑하는 가족을 심장 질환으로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 심장내과, 그리고 부정맥 연구에 뛰어든 계기이기도 하다. 자신을 심장 질환자라고 생각하면 ‘난 아무것도 못 해’ 라고 여기며 평생 일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 곁에 있는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삽입형 제세동기나 인공심장박동기를 시술할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나이 어린 환자를 만나면 더 그렇다. 심장 질환자의 가족이었던 경험으로 환자가 살아갈 미래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의료진이라면, 최신 장비나 시술보다 환자를 위해 우리가 얼마나 최선을 다하여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가의 의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 이유는 환자에게는 종착역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삶의 비극을 막아내는 일


과거 부정맥은 약물치료 위주였지만, 현재는 다양한 부정맥 치료 기술이 나와 있다. 삽입형 제세동기나 임공심장박동기로 환자의 갑작스러운 실신이나 급사를 예방하는 한편 부정맥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는 혈관 시술을 통해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김진배 교수


예전에는 부정맥이 한번 생기면 평생 갖고 사는 질환으로 인식했는데, 현재는 심장에서 부정맥을 유발하는 부위를 파괴하는 시술인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 등으로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CT촬영 시 3D 맵핑 기술의 발달로 시술의 정교함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의과대학 학창 시절 주변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부정맥이라는 낯설고 어려운 분야를 선택해 끈질기게 연구를 확장시키고자 노력해왔다. 이제는 부정맥 진단과 치료의 해법을 찾지 못한 환자들이 끊임없이 필자를 찾는다. 심장 질환 환자와 가족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오늘도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해 진료하며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삶의 비극을 막아내고자 한다.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김진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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