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 첫 신고 수의사 "농장은 제 직장…더는 피해 없기를"

정윤덕 2023. 10.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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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장은 제 직장이나 마찬가지라, 농장이 피해를 보면 저도 타격을 입는 거죠."

전국으로 확산 중인 소 럼피스킨(Lumpy Skin·괴상피부)병을 충남 서산에서 처음으로 신고한 20여년 경력의 수의사 정재관 원장은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현재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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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쇠파리구더기증 등과 비슷…의심 소 전신에서 혹 발견돼 신고"
방역 관계자 "이미 확산됐을 수 있는 상황에서 빠른 방역 계기 마련"
럼피스킨병 최초 신고한 수의사 정재관 원장 [정재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산=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축산농장은 제 직장이나 마찬가지라, 농장이 피해를 보면 저도 타격을 입는 거죠."

전국으로 확산 중인 소 럼피스킨(Lumpy Skin·괴상피부)병을 충남 서산에서 처음으로 신고한 20여년 경력의 수의사 정재관 원장은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현재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현재 집에서 격리 중이다.

정 원장이 부석면 지산리 한우농장에서 진료 의뢰를 받은 것은 지난 19일 점심때.

'사료를 잘 먹지 않는다'는 소가 고열 증세를 보여 청진을 하기 위해 몸에 손을 대는 순간 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혹들이 울퉁불퉁 만져졌다.

이때까지는 정 원장도 럼피스킨병을 의심하지 않았다.

유충이 피부를 뚫고 나오는 모낭충증이나 소쇠파리구더기증도 비슷한 상처를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칸에 있는 소에서는 겉으로 보기에도 온몸에 혹이 나 있었다.

신속한 백신 접종 (서산=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23일 오후 충남 서산시 부석면 봉락리 한 축산농가에서 농협 관계자가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2023.10.23 psykims@yna.co.kr

정 원장은 "소쇠파리구더기증 등은 주로 등 쪽에 상처를 내는데, 그 소에서는 몸부터 배를 거쳐 다리까지 혹이 보였다"며 "최초 진료한 소에서만 혹이 만져졌으면 모르겠는데, 옆칸 소까지 그러니 아무래도 럼피스킨병 같아 시 가축방역팀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럼피스킨병이 유럽, 중국, 대만을 거쳐 동진하고 있다고는 들었지만, 아직 국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없어 솔직히 확신하기는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럼피스킨병에 대해 배웠고, 지난해 우병학회 세미나에서도 이 병에 대한 강의를 들은 게 빠른 판단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정밀검사를 위해 의심 증상 소들의 가검물을 채취하는 것까지 도와주고는 곧바로 열흘간 격리됐다.

정 원장은 "그동안 2박3일 이상 쉬어본 적 없었기에 몸은 편할지 모르겠지만 얼마나 더 확산할지 걱정돼 마음은 매우 불편하다"며 "최대한 빨리 상황이 종식돼 농가와 우리 수의사들 모두 피해가 적기를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의 신고를 시작으로 23일까지 전국 14개 농장에서 럼피스킨병이 확인됐다.

서산에서는 반경 1㎞ 이내에 있는 6개 농장에서 발생해, 383마리가 살처분됐다. 많게는 한 곳에서 145마리(젖소)를 살처분하기도 했다.

한 방역 관계자는 "이미 럼피스킨병 바이러스가 확산한 가운데 자칫 다른 질병으로 여기고 넘어갔을 수도 있던 것을 정 원장이 날카롭게 분석해 신고함으로써 빨리 백신접종을 비롯한 방역에 나설 수 있게 돼 어찌 보면 천만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래픽] 소 럼피스킨병 확진 현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김민지 기자 =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내 축산농장에서 처음 나온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14건으로 늘어났다. 전날까지는 경기, 충남 소재 농장에서만 확진 사례가 나왔으나 이날 처음으로 충북에서도 발생이 보고됐다.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cob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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