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돈 빌릴 곳 없다… 중금리 대출 문턱 높이는 금융권
연간 목표 공급액의 37% 채운 수치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실적도 저조해
금융권의 중·저신용자를 위한 사잇돌대출과 민간 중금리 대출이 감소하고 있다. 최근 고금리 현상이 지속하면서 기존 대출 자산 부실이 커지자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에서도 중·저신용자 대출을 막으며, 취약계층의 자금 공급 경로가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사잇돌대출 취급액은 22억4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분기 27억3000만원과 비교해 17%(4억9000만원) 감소한 수치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8억원으로 가장 많은 공급이 이뤄졌다. 이어 ▲우리은행 6억4000만원 ▲하나은행, KB국민은행 3억6000만원 ▲NH농협은행 8000만원 순이었다.
사잇돌대출은 SGI서울보증에서 대출원금을 보증해주는 정책금융 성격의 중금리 대출 상품이다. 근로자(연소득 1500만원 이상), 사업자(연소득 1000만원 이상), 연금소득자(연간 수령액 1000만원 이상)에게 연 6~10% 금리로 1인당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사실상 제1금융권의 대출이 불가능한 4~10등급의 중·저신용자는 사잇돌대출을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은행의 3분기까지 취급액은 목표 공급액의 37% 정도만 채운 수치다. 금융 당국에 제시한 중금리 대출 연간 공급 계획은 KB국민은행이 30억원으로 목표치의 37%를 보였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연간 목표 공급액이 각각 73억원, 45억원으로 목표치의 33%, 36%에 그쳤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연간 목표 공급액이 각각 68억원, 5억원으로 목표치의 40%, 48%를 나타냈다.
저축은행업계의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도 감소하고 있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금융사가 신용평점 하위 50%인 차주(돈 빌리는 사람)에게 일정 수준 금리 이하를 자체 신용으로 공급하는 상품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액은 1조4235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436억원) 대비 54.7% 급감했다. 공급처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3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민간 중금리 대출을 공급한 곳은 27곳으로 전년 동기(33곳) 대비 6곳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공급 건수도 19만4836건에서 8만6025건으로 절반 정도 급감했다.
다만 시중은행권은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액은 연간 목표치를 달성했다. 지난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2조3576억원으로 금융 당국이 제시한 목표치(1조3800억원)를 넘어섰다. 은행별로 3분기 기준 공급액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3393억원으로 가장 많은 공급이 이뤄졌다. 이어 ▲하나은행 1804억원 ▲NH농협은행 1526억원 ▲우리은행 1283억원 ▲신한은행 872억원 순이었다.
금융권에서 그나마 중·저신용자 대출이 적극 제공되는 곳은 정책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가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지난 2분기 기준 27.7%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금융 당국에 제출한 목표치인 30.0%를 달성해야 한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지난 2분기 기준 각각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24.0%, 38.5%로 연말까지 목표치인 32.0%, 44.0%를 달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높아져 서민의 신용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은행의 중금리 대출상품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권에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최종적으로 내리는 시기를 2024년 하반기부터로 예상한다”며 “내년 8월까지 한국도 고금리 시기가 이어지는 만큼, 정부나 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금리 대출 상품 공급과 함께 서민 대출 만기 연장을 해주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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