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나라슈퍼 사건, 다시 들여다봤더니"…'소년들', 정지영 감독·설경구의 무게감[종합]
오는 11월 1일 개봉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1999년 발생한 삼례나라슈퍼사건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 '소년들'은 담백하지만 먹먹하다. 설경구가 맡은 캐릭터는 과거 약촌오거리 사건의 인물을 끌고와서 새롭게 구성했다. 데뷔 40주년 정지영 감독은 '소년들'을 통해 '왜 그들은 침묵해야만 하는지, 우리는 무엇을 놓쳤는지'에 대해 낱낱이 파헤친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17년이 경과한 2016년을 오가며 이야기를 펼쳐내는 정지영 감독은 '소년들'을 통해 정의가 지닌 무거움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23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감독 정지영, 배우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이 참석했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은 데뷔 40주년을 맞은 거장으로 영화 '부러진 화살', '남부군', '하얀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으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보는 감독이다.
1999년에 발생한 삼례나라슈퍼사건 실화를 모티브로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많이 알려진 사건이지만, 강 건너 불 보듯이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지나가면 안 될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 더 다시 보자, 잘 들여다보자' 삼례나라슈퍼사건의 3인조 사건에 대해서 보도를 통해서 보는 것으로만 생각했는지와 우리도 그 세 소년이 감옥에 가는데, 동조를 한 것은 아닌가까지 들여다보자는 생각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는 실제 사건 안에 상상력이 더해졌고, 설경구가 맡은 '황준철' 캐릭터는 약촌오거리 사건의 캐릭터를 빌려왔다. 정지영 감독은 "실화를 영화화하면서 사람들이 나보고 '한국의 켄 로치'라고 하더라. 켄 로치는 실화를 가지고 진정성 있게 가지만, 나는 극적 장치를 만드는 사람이 아닌가.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다. '소년들'도 사실대로 가면, 황준철 반장이라는 사람은 없다. 한 사람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다른 사건의 인물을 빌려와서 입혔다. 그렇다고 뼈대를 흐트러뜨리거나 왜곡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시간을 순차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1999년과 2016년을 교차하는 '소년들'의 구성 방식에 대해 "처음에 연대기 순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사건이 일어나고 17년이 지난 후에 풀어가고. 그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관객들이 다른 호흡으로 영화를 볼 것 같더라. 극복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과거와 현재를 섞어봤다"라고 답변했다.
배우 설경구는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수사 반장 황준철로 분했다.
'소년들'을 촬영하기 이전에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설경구는 "촬영 전에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사건을 알고 있었다. 순간에는 분노했지만, 흘려보냈던 사건이 아닌가라는 반성했다. 황반장은 이 사건과 무관한 캐릭터다. 약촌오거리 사건의 황반장을 빌려왔다. 나를 통해서 이 사건을 정확히 보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화 바탕의 영화를 자주 맡는 이유에 대해 "실화가 주는 강렬함이 있는 것 같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잔인할 수도 있어서 끌리고 책임감도 생기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반듯한 이미지의 경찰들을 많이 맡으며, 설경구 특유의 경찰을 완성했던바. 설경구는 "시나리오를 받기 전에, 정지영 감독과 사석에서 봤다. 처음에는 '고발'이라는 제목이었다. 강철중 캐릭터 같은 역할이 많이 왔을 때, 밀어냈었다. 정리된 강철중이라고 해야 하나. 17년 후의 모습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작품도 계속 교차가 되고 크게 대비되는 모습에 피폐해져 보이고 혈기 왕성한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정지영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소감에 대해 "제일 연세가 많은 감독님이셨다. 그러나 '소년' 같은 분이다. 보통은 모니터 쪽에서 무전기로 디렉션을 하신다. 하지만 정지영 감독님은 현장 거리에 상관없이 항상 직접 오셔서 배우들을 보고 해주셨다. 배우와 직접 소통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배우 유준상은 소년들을 검거한 전북청 수사계장 최우성 역을 맡았다.
'소년들'을 촬영하기 이전에 해당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유준상은 "많은 자료를 검토하면서 악의 명분이 정확히 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17년 후의 모습이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다.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 내가 한 것이라고 안 믿어질 정도로 많은 감동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극 중에서 최우성은 자신의 명분을 위해서 진정한 악을 보여주는 인물. 해당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유준상은 "최우성 캐릭터가 엄청난 악의 축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 무서웠고 악인들이 어떻게 우리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명분을 가졌는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명분을 계속 고민하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현장에서 호흡을 맞춘 정지영 감독에 대해서 "감독님은 진정한 소년이 확실하다. 저희 엄마와 동갑이신데, 친구 같으면서 아빠 같더라. 우리나라 현역 감독님 중에 제일 나이가 많으시다. 뭔가를 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것을 전혀 생각지 않게 해주셔서 너무 행복한 거구나"라고 이야기했다.
배우 진경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피해자 윤미숙 역으로 열연을 펼친다.
실존 인물인 윤미숙을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낸 지점에 대해 진경은 "본의 아니게 시행착오가 있던 부분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외적인 부분보다 진실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이상하게 설경구 선배하고 작품에서 많이 만나더라. '감시자들'과 '야차'도 그렇고. 제일 좋아하는 영화배우다. 존재만으로도 화면을 꽉 채우는 배우다. 작업하면서 많이 배웠다"라고 설명했다.
'소년들' 촬영 이전에 해당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진경은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윤미숙 역할은 실존 인물을 토대로 한 캐릭터다 보니 그분의 진심과 닿아보려고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허성태는 황준철을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박정규 역으로 출연한다.
'소년들'의 촬영 비하인드에 관해 허성태는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에, 다 열어주셨다.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 나 혼자 놀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삼례나라슈퍼사건 실화에 대해 영화 찍기 전에 알고 있었다는 허성태는 "사건들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작품 시작하면서 공부했다. 연기를 하면서 직접적으로 관련된 인물이 아니라서 편하게 했던 기억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배우 염혜란은 재수사에 나선 황준철을 지지해주는 아내 김경기 역으로 출연한다.
'더 글로리', '마스크걸'에서 열연을 펼치며 그야말로 천의 얼굴을 보여주는 염혜란은 "요즘 흥행 요정으로 불리고 있다. '소년들'도 흥행하면 좋겠다. 설경구 배우와 합을 맞추고, 정지영 감독과 함께 하는 것이 너무 떨리고 부담스러웠다. 제대로 못 한 것 같다. 앞으로 20번은 더 만나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년들'의 영화화가 되기 이전에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염혜란은 같은 시기를 살았던 사람으로 느꼈던 감정을 언급했다. 염혜란은 "부끄럽게도 사건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작품을 하면서 놀랐던 것은 이 사건이 1999년에 일어난 것에 놀랐다. 대학교 졸업했을 때인데, 민주화가 된 시점이라서 억울한 사건은 없었을 때라고 생각했다. 이 사건이 많이 알려졌어도 나처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김경미라는 인물이 보시는 분들과 매우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영화 '소년들'은 오는 11월 1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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