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 사업 좌초시켜놓고 떠넘기기?... 군인공제회 자회사, 공동 시공사와 소송전

군인공제회 자회사 공우이엔씨가 지난해 돌연 중단한 인천 영흥도 쎄시오리조트(옛 디오마레 리조트) 사업과 관련해 공동 시공사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시공사는 공우이엔씨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접었다고 밝히고 있다. 사업 중단에 대한 권한이 전혀 없던 공동 시공사에 충당부채 370억원에 대한 연대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 시공사 대한종건의 입장이다.

그래픽=손민균

◇ 1년 만에 쫓겨난 대한종건에 “사업 접었으니 빚 절반 책임져”

24일 금융투자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부장판사 이오영) 심리로 열린 구상금 청구 소송 변론기일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구상권을 청구한 원고는 공우이엔씨, 피고는 대한종건과 시행사였던 코리아브릿지다.

쎄시오리조트는 한때 수도권 서해안 해양 관광의 랜드마크로 주목받던 리조트형 생활 숙박 시설이다. 공우이엔씨가 시공사로, 군인공제회의 또 다른 자회사 대한토지신탁이 신탁사로 들어가 책임준공 이행 확약을 맺었다. 군인공제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두 자회사의 주도하에 이뤄진 사업이었다. 리조트는 대지면적 9960㎡, 전체면적 2만7899㎡에 7층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었다.

쎄시오리조트는 2019년부터 분양을 시작하고 순항하는 듯했으나 2020년 돌연 암초를 만났다. 시행사로 들어갔던 코리아브릿지와 공동 시공사를 맡았던 대명토건의 대표이사를 겸직하던 이모씨가 리조트 부지 공매 낙찰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이에 메리츠증권 등 대주단이 기한이익상실(EOD) 선언을 예고하며 위기가 발생했으며, 코리아브릿지와 대명토건은 정상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코리아브릿지의 시행사 권한은 공우이엔씨가 위임받고, 공동 시공사로는 대한종건이 들어가게 됐다. 공우이엔씨는 그러나 이씨의 구속으로 인해 시행사 권한을 잠깐 맡았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2020년 9월, 공우이엔씨는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오닉스이엔지에 사업시행 권한을 재위임했다. 오닉스이엔지는 공우이엔씨를 대행해 부동산 프로젝트펀드(PF) 대출 협의 등을 맡기 시작했다.

다만 오닉스이엔지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었다고 재판 과정에서 밝혔다. 공우이엔씨의 허락 없이는 업무 처리를 할 수 없었고, 업무 진행 전후 공우이엔씨에 모든 걸 보고해야 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공우이엔씨가 실질적 시행사 역할을 한 셈이다. 오닉스이엔지는 공우이엔씨를 대리해 하이투자증권으로부터 280억원을 조달, 대환대출에 성공했다.

위기를 넘긴 리조트 사업은 이듬해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2021년 6월쯤 신규 PF 대출을 받던 과정에서 대한종건의 신용등급이 문제가 되자, 공우이엔씨의 주도로 시공사가 대한종건에서 동우개발로 교체된 것이다.

이후 2022년 2월 메리츠증권이 신규 PF 대출에 참여할 의향을 밝혔지만, 신탁사이자 군인공제회 자회사인 대한토지신탁은 메리츠증권이 내건 분양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돌연 오닉스이엔지에 분양을 전면 중단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결국 같은 해 5월 공우이엔씨는 모회사 군인공제회에 400억원을 수혈받아 사업 포기로 인한 충당부채 367억원을 대환했고, 한때 공동 시공사로 참여했던 대한종건에 “절반을 부담하라”며 구상금을 청구했다. 대한종건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 “2년 지나도록 협력사에 100억대 대금 지급 미뤄” 주장도

대한종건의 대리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은 리조트 사업 전반이 공우이엔씨 주도로 진행됐고 대한종건은 이미 시공권을 잃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빚을 공동 부담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쎄시오리조트가 분양 개시 이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분양률 25%를 달성하며 순항해 메리츠증권 측 조건(대출 후 27개월 안에 분양률 57% 달성) 충족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며,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손실을 키운 건 공우이엔씨라고 강조했다.

공우이엔씨의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율촌은 “공우이엔씨는 전기공사 면허만 갖고 있어 단독 시공사로 나설 수 없었을뿐더러 시공 지분도 대한종건이 더 많았고, 대한종건이 대위변제합의서에 50대 50 대위변제자로 기재돼 있어 구상금 청구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앤장은 공우이엔씨가 단순히 시공권 22%를 가진 공동 시공사에 그치는 게 아니며, 대한종건이 대위변제인으로 올라간 건 PF 대출을 위한 동의 절차 때문이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대한종건은 대명토건의 연대보증 지위를 승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빚을 같이 짊어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우이엔씨가 해당 사업 중단으로 구상금 청구 소송전을 벌이면서 2년간 협력업체들에 100억원대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우이엔씨 측은 “우리는 360억 손해를 보는데 대금 지급까지 해야 하냐, 그렇게 돈을 받아야겠으면 소송을 제기하라”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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