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은 모르고, 신입은 아는 '삼무원'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3. 10.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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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삼무원' vs '갓성맨'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이건희 회장 신경영 관련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2023.10.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5일이면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타계한 지 만3년째다. 옛날로 치면 3년간 입은 상복을 벗는 '3년 탈상'의 시기이자 새출발의 시기다.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은 경영자로서 100년에 한명 나올까말까한 인물이다. 미래를 보는 눈이나 용인술 등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아시아의 싸구려 3류 전자제품 회사를 30년만에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스마트폰·TV 등에서 1등하는 전자업체로 탈바꿈시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그의 미래지향적·도전적·창조적 혁신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많은 학자들은 그를 상상력과 통찰력을 가진 전략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상가라고 불렀다.

지난 3년의 시간을 보내며 그는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여전히 남았다. 이제 숙제는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지난 몇년처럼 선대 회장의 추억에만 얽매여 있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그 뒤를 잇는 후계자가 더 나은 길을 열어가야 한다. 그게 역사다.

새 역사를 열어가는 길은 녹록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3년간 상중(喪中)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관련 재판에 발이 묶여 꼼짝하지 못했다. 앞선 국정농단 재판과 수감생활을 빼고도 약 100차례의 재판에 참석한 이 회장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에는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올해 1심이 끝나도 2심과 3심에 또 다른 어떤 복병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장기간의 재판으로 심신은 피폐해진 상태다. 그러다보니 새 출발의 시기가 늦어지고, 아무 것도 못하는 상태에서 삼성 내부의 역동성도 떨어졌다. 역동성이 사라진 삼성 내부 분위기를 대변하는 용어가 '삼무원'이다.

최근 만난 삼성 입사 5년차 사원이 기자에게 "삼무원을 아냐"고 물었다. 대답이 없자 그는 '삼성'과 '공무원'을 합친 신조어라고 했다. 현재 삼성에는 '삼무원이 넘친다'고 했다. 그가 말한 삼무원은 '9시 출근 6시 퇴근'에 시키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복지부동형 공무원과 같은 삼성 직원을 일컫는다.

좋게 보면 많은 급여를 받는 삼성 직원의 신분에 안정적인 공무원와 같은 직장생활을 한다는 의미지만, 기업 입장에서보면 자발적인 도전정신이 사라져 생명력을 잃었다는 의미다. 기업이 관료화되면 성장을 멈추고 죽어가게 돼 있다.

최근 만난 삼성 CEO(최고경영자)들에게 '삼무원'을 아는지 물었더니 답하는 이가 없었다. 이들은 그 의미를 듣고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삼성 입사 3년차 직원에게 물었더니 바로 '삼성+공무원'이라는 답이 나왔다. 주변에 삼무원이 많은 듯보였다.

기업은 무엇을 관리하는 행정조직이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도전해 쟁취하는 집합체다. 삼성은 그동안 지속적인 도전을 통해 성장해왔다. 이런 기업엔 관성의 법칙이 존재한다. 멈춰 있는 것은 계속 멈춰 있으려고 하고, 움직이는 것은 계속 움직이려고 한다. 계속 달리지 않으면 쓰러진다. 지난 3년간 발목 잡혔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 거칠 것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세계는 지금 포연과 전운으로 가득하다. 물리적 충돌이든 경제적 각축이든 치열한 전쟁터에서는 생존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명력을 잃어가는 조직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소위 '삼무원'이 없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를 보낸 지 3년이다. 이제는 '이건희'라는 거목의 그늘을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뉴삼성의 새 출발에 나서야 한다. 이재용 회장이 최근 차세대 반도체 R&D 센터 건설 현장이나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파트너들을 만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제 인류를 위한 세상에 없는 신기술과 미래비전도 내놓고, 이를 조율할 새 컨트롤타워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새 비전을 향해 가슴 뛰는 '갓성맨(God+삼성맨)'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활기를 다시 불어넣어야 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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