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낙수효과로는 안된다…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선결 과제들
왜곡된 의료환경 개선과 증원이 함께 이뤄져야
필수과 의료수가 현실화, 의료소송 부담완화 필요
비필수의료 진로선택 전 임상수련 의무화해야
지역인재 특화 양성, 국립대병원 재정 지원강화도
피부미용, 실손보험 확대와 요양병원 증가로 의료 환경은 급변했지만, 필수의료, 지역의료처럼 중요한 의료정책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심각한 필수의료 기피와 지역의료 붕괴를 맞이하고 있다.
여야 모두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의대 증원을 통한 낙수 효과로 해결해보려는 듯하다. 의사 수를 늘리게 되면 피부미용을 못하는 능력이 모자란 일부 의사는 어쩔 수 없이 지원자가 없는 필수과를 전공할 수밖에 없다는 '떠밀리기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생명을 다루는 '바이탈'과는 평생 야간에도 일을 하고 의료소송의 부담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명감을 가진 인재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의사들 사이에서도 존중을 받아왔다. 바이탈과는 오갈 데 없어서 지원하는 '낙수'과가 아니며, 무분별한 의대증원의 궁극적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낙수효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왜곡되어 있는 의료 환경을 개선하면서 필요한 분야의 증원이 고려되어야 한다.
필수과의 업무와 의료소송 부담은 비필수과에 비해 과중한 반면, 수입은 현저히 낮은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6시간 이상 걸리는 수술비가 200만원인데, 의료소송 배상액은 환자의 여명과 간병비까지 20억원 이상 천문학적인 금액이 청구되는 현실이다. 이는 고스란히 병원이나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의료수가는 사회보장 수가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음에도, 보상액은 자유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무한대로 청구되는 데다 형사책임까지도 지게 되는 기형적인 구조 하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 정부가 민·형사부담을 완화시키는 정책을 우선 정착시켜야 한다.
수입이 현저히 낮은 필수과의 의료수가 역시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미국은 심장이나 뇌 등의 중증수술을 하는 의사는 수련기간이 길고 고되지만 연봉이 2~3배 이상 높아, 일한 만큼의 보상이 돌아오는 구조여서 필수 의료기피 현상이 거의 없다. 진료 중인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의료진들이 피부미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료수가 현실화와 소송부담 완화를 통해 막아야 한다.
수련과정도 개선하여 의대 졸업 후 비필수의료로 빠지는 상황을 정책적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의사시험 합격 후는 임상 수련과정 없이 진료를 할 수 있는 실정이다. 영국은 의대 졸업 후 진료를 위해서는 수련과정기간(foundation year)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도 인턴 이상 전공의 수련과정 이후 진료할 수 있도록 하면 피부미용으로 빠지는 경우는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붕괴 직전의 지방의료를 살리는 해법은 지역 인재양성과 국립대병원 육성이다. 지역인재 전형으로 입학한 경우가 졸업 후도 지역에 종사하는 경우가 높으므로, 가족과 같이 거주하던 지역의 '지역 인재' 정원비를 높이면 고향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가 증가할 수 있다.
수도권과의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방 국립병원의 지속적인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전공을 살려 일하고 싶어하는 필수의료진들이 지방 국립병원에서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재정 지원책이 필요하다.
비급여 진료 분야가 확대되면서 개원가와 대학병원 교수들의 업무와 반비례로 급여 차이가 벌어지고, 국립대병원들은 정부 관리 하에서 모든 재정과 인력이 제한되어 의료격차가 발생하고, 도미노 현상으로 환자들의 수도권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빅5 병원'에 준하는 재정지원을 통해 지역 국립대의 의료수준 격차를 줄인다면 지역인재들도 고향에서 필수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획기적인 의료정책 보완 없이 의사 수만을 늘려 낙수효과를 기대해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현실적인 수가 개선과 의료분쟁 부담 완화 정책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필수의료진을 양성하고 지역의료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아울러 합리적인 의대증원도 논의되고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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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미 이화여대 의대 교수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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