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리스크' 4년 전엔 떨쳤는데…카카오뱅크의 운명 '시계제로'
'양벌규정' 적용돼 벌금형 확정되면 카뱅 대주주 자격 상실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카카오가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김범수 리스크'를 4년 전에는 극복했지만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카카오뱅크의 운명이 '시계제로' 상황에 놓였다.
4년 전에는 법제처 유권해석 덕분에 카카오뱅크의 1대 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카카오지만, 이번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카카오 법인까지 형사 책임을 묻게 되는 '최악'의 경우 카카오뱅크 매각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자본시장법상 양벌규정으로 벌금형 확정되면…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상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의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요인은 자본시장법 상 '양벌규정'이다. 양벌규정은 위법행위에 대해 행위 당사자뿐만 아니라 업무 주체인 법인과 대표자에게까지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부과하는 조항이다.
카카오엔터의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 중인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이번 사안에 대해 양벌규정을 적용해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카카오 이니셔티브 센터장에 이어 카카오 법인까지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양벌규정은 법으로 정해진 부분이기 때문에 금감원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이를 적용해 법인과 개인 양쪽을 다 처벌해달라 할 수 있다"며 "다만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준법 지원인 같은 제도를 잘 운영하면 개인이나 법인에 대한 책임을 면책하는 예외를 두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법인이 재판에서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팔아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요건으로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檢, 카카오 카뱅 대주주 등극한 2019년에도 양벌규정 꺼냈으나 '무죄'
카카오와 카카오뱅크가 '대주주 적격성'으로 문제를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카카오가 2019년 처음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될 때도 김 센터장이 자격이 문제가 됐다.
당시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되려했으나, 김 센터장은 '계열사 공시 누락' 문제로 인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의 범위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당시 법제처는 김 센터장 개인에 대해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 덕에 카카오는 김 센터장의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
해당 재판의 1심 재판부는 "(김 센터장이) 공정위에 허위 자료 제출 가능성은 '인식'했지만 실제 허위 자료 제출 '용인'까지 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당시 2심에서 감독 의무를 이유로 '양벌규정'까지 꺼내들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2심에서도 김 센터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특사경이 양벌규정을 적용해 송치하더라도 책임의 입증을 위해 법정에서의 다툼이 연 단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실제 경영권 영향은 한참 뒤일 것"이라면서도 "법적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신사업 추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M엔터 인수전의 '후폭풍'…김범수 센터장, 금감원 소환 조사까지
이번 사태는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둘러싼 카카오·하이브 간 경쟁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SM엔터테인먼트의 주식 공개매수에 실패한 하이브는 카카오의 시세 조종 의혹을 제기하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조사에 착수한 특사경은 지난 13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및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등 임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검이 즉각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서울남부지법은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사경은 배 대표뿐 아니라 김 센터장의 개입도 의심하고 있다. 특사경은 김 센터장이 시세조종을 보고받거나 지시하는 등 개입한 증거를 찾기 위해 지난 8월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3일 시세조종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위해 금감원에 출석한 김 센터장은 '혐의를 인정하나', '시세조종을 보고받았거나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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