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슴 수술” 남자들 4년새 7배… 무슨 사연일까?
최근 남성들이 하지도 않은 여성형 유방증 수술을 받았다고 속이는 등 신종 보험 사기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보험 사기 적발 금액이 600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금융 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되는 보험 사기 액수만 매달 100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보험 업계에선 “보험 사기는 결국 다른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 된다”며 “계속 늘어나는 보험 사기 규모를 줄이기 위해 처벌 강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험 사기 적발 금액은 623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5115억원)보다 22%나 증가했다. 작년 연간 적발 금액이 1조818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는데, 올해는 이 기록을 다시 깰 가능성이 큰 것이다.
보험 사기 규모는 최근 수년간 증가 일변도다. 지난 2019년 처음으로 8000억원대를 넘었고, 2021년 9000억원대, 작년엔 1조원대를 연이어 뚫었다. 특히 올 상반기의 작년 대비 증가율(22%)은 작년의 재작년 대비 연간 증가율(15%)보다 크다. 상승폭도 가팔라지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총 16가지 보험 사기 유형 중 ‘진단서 위조나 입원·수술비 과다 청구’ 유형의 비율이 22.5%로 올 상반기에 가장 많고, 그다음이 ‘자동차 사고 내용 조작·과장’(16.1%), ‘음주·무면허 사실 숨기기’(11.9%), ‘질병을 상해 사고로 위장’(10.7%) 등 순이었다.
◇여유증 보험 지급액, 작년에만 147억원
최근 업계에서 대표적으로 꼽고 있는 보험 사기 유형은 ‘남성의 여성형 유방 수술 사칭’이다. 여성형 유방증(여유증)이란, 남성의 가슴 조직이 유선(乳腺) 조직의 증식으로 과도하게 발달한 것을 말한다. 통상 문제 된 유선 조직을 절제하는 수술로 치료한다. 문제는 일부 남성들이 여유증이 없는데도 이 수술을 한다고 300만~500만원 정도 보험금을 타낸다는 점이다. 병원 측과 미리 짜고, 이렇게 타낸 보험금으로 원래 보험으로 보장이 안 되는 다른 수술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난 3월쯤 남성 직장인 A(30)씨는 실제로는 음경 확대 수술을 받아 놓고, 마치 여유증 수술을 받은 것처럼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 300만원을 타냈다. 그런데 음경 확대술 비용은 220만원이었다. 수술을 받고 오히려 80만원을 번 것이다. 또 작년 초엔 헬스트레이너 B(27)씨가 보디빌딩 대회를 앞두고 근육의 선명도를 키우려고 지방흡입술을 받고, 보험금은 여유증 수술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았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여유증 관련 실손보험 지급금은 2018년 21억원에서 작년 147억원으로 4년 만에 7배가 됐다.
또 자동차 보험 분야에선 이른바 ‘한방 종합 세트 처방’이 만연해 있다고 한다. 사고 피해자가 경미한 부상에도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방문해 침·뜸·부항·추나요법 등 총 수십만원 이상의 각종 처방을 세트 메뉴처럼 받는 것이다. 이것이 과다 청구로 밝혀지면 보험 사기가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한방병원에 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70만원짜리 종합 처방 세트’부터 권유하는 실정”이라며 “고가의 종합 진료가 일상화돼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처벌 강화한 보험 사기법 통과돼야”
보험 업계 전문가들은 날로 늘어나는 보험 사기를 잡기 위해선, 강력한 처벌 조항 등이 포함된 관련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한다. 현행 보험사기방지법은 2016년 제정된 이후 7년 동안 한 차례의 개정도 없어, 교묘해지는 보험 사기 수법을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현행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인 보험 사기 법정형을 ‘15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높였다. 또 보험 사기를 알선하거나 권유한 사람 역시 보험 사기 행위자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게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반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은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이 시행돼 보험 사기 액수가 10% 줄어든다는 가정하에, 약 6000억원가량의 보험료가 절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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