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메스' 쥔 인요한, 위기 빠진 與 환부 도려낼 수 있을까
인 "희생 각오로 많은 사람 내려와야" 개혁 예고
지도부 "전권 부여" 힘 실었지만 회의적 시각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이 23일 혁신위원장으로 '특별귀화 1호'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다. 인 혁신위원장은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했다.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 통합을 위해 '호남·외국인 출신'이란 상징성을 갖춘 인사를 발탁한 것이지만, 당의 가장 큰 환부로 꼽히는 수직적 당정관계까지 쇄신의 메스를 들이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요한 "와이프·자식 빼고 다 바꿔야"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요한 혁신위 출범을 의결했다.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이후 12일 만이다. 전남 순천 출신인 인 위원장은 1895년 미국에서 건너온 유진 벨 선교사의 증손자로, 4대째 한국과 인연을 맺으며 '한국형 앰뷸런스' 개발과 북한 결핵사업 지원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특별귀화 1호'로 한국 국적을 얻었다.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에서 국민대통합부위원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통합위 이주배경인특위 고문으로 활동했다.
김기현 대표는 인 위원장 발탁 배경에 대해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 통합에 대해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가진 분"이라며 "정치 개혁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투철한 의지도 가진 만큼 국민의힘을 보다 신뢰받는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최적의 처방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후보군의 고사로 구인난에 시달렸던 혁신위원장 인선은 지난 주말 급진전됐다. 김 대표가 지난 21일 의사를 타진했고, 인 위원장이 전날 밤 고민 끝에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며칠 전에 대표님과 식사를 같이 했는데 무서울 정도로 권한을 많이 부여해줬다"고 소개했다.
인 위원장은 임명 직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쇄신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어 "사람의 생각은 달라도 사람을 미워하지는 말자는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며 "변화하고 희생할 각오로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류인 친윤석열계와 쇄신 방향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비윤석열계와의 통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혁신위 구성에는 "아주 능력 있는 분들을 보고 있다. 여성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개인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지도부도 혁신위 구성·활동범위·안건 등에 대한 전권을 약속하며 힘을 실었다.
정치경험 부족... 尹에 쓴소리·공천개혁엔 물음표
그러나 인 위원장 발탁에 대해 긍정 평가와 함께 회의적 시각도 엄존한다. 지도부가 부여하겠다고 밝힌 전권에 내년 총선 공천권이나 당헌개정권 등의 핵심 권한이 포함됐는지부터 불투명하다. 혁신위가 도출한 쇄신 방안을 김기현 2기 지도부가 수용한다는 보장도 없다. TK(대구·경북) 지역의 한 의원은 "밖에서는 정치 비평은 할 수 있었겠지만, 정치 경험이 부족한데 공천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엮인 사안들을 정리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시절에 출범한 최재형 혁신위도 △공천관리위원회 기능 축소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등을 발표했지만, 당내 반발과 지도부 와해로 좌초한 바 있다. 당시 혁신위 부위원장이었던 조해진 의원이 "혁신위 안이 합리적일 때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비윤계는 인요한 혁신위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했던 윤상현 의원은 이날 당정 혁신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인 위원장은 정말 훌륭하신 분이지만 '국민통합위원장'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지금 해야 할 것은 (국민)통합이 아니라 당내 체질 개선을 시키고 총선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대수술 집도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MBC 라디오에서 "(인 위원장이) 주류와 대통령실에 쓴소리나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라며 "흥미롭고 혁신적인 느낌은 나지만 실제 우리가 불편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카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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