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환멸' 느낀 출판인들이 공동체 만들어 출간한 에세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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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6년 전인 2017년, 경기도 파주출판도시.
같은 출판사 동료로 지내던 젊은 출판인 몇 명은 곧잘 모여 출판계에 대해 느끼던 환멸과 절망의 감정을 토로하곤 했다.
이들이 내놓은 신간 '황보람의 저니'는 지난해부터 언론·출판계의 문제를 다뤄온 언론·출판인 에세이 시리즈 '우리의 자리'의 다섯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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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공동체 '편않'이 말하고 싶은 것들
때는 6년 전인 2017년, 경기도 파주출판도시. 같은 출판사 동료로 지내던 젊은 출판인 몇 명은 곧잘 모여 출판계에 대해 느끼던 환멸과 절망의 감정을 토로하곤 했다. '왜 출판계는 늘 불황일까', '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을까', '왜 출판노동자들은 이직이 잦을까' 등등. 책과 출판을 둘러싼 산적한 질문들은 결국 출판계의 후진성이라는 문제의식으로 수렴됐다. '우리가 뭐라도 해 볼 수 있는 게 없을까?' 그렇게 출판사도, 출판 협동조합도 아닌 '출판 공동체'라는 이름을 내건 '편집자는 편집을 하지 않는다(이하 편않)'가 탄생했다.
편않은 2018년부터 같은 이름의 독립잡지 '편집자는 편집을 하지 않는다'를 발행하고, 올해 세계 책의 날(4월 23일)을 맞아 서평집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을 출간하는 등 대안적 출판문화를 지향해 왔다. 이들이 내놓은 신간 '황보람의 저니'는 지난해부터 언론·출판계의 문제를 다뤄온 언론·출판인 에세이 시리즈 '우리의 자리'의 다섯 번째 책이다.
책은 한때 경제지 기자로 일하다가 회사를 떠난 저자가 국회의원 비서관, 컨설턴트 등을 거치며 여행하듯 커리어를 쌓아가는 '저니맨(떠돌이)'으로서의 여정을 담았다. '박정환의 현장' '손정빈의 환영' '고기자의 정체' '믿기자의 고심' 등 각 분야에서 현직으로 일하는 기자들의 직업 정신과 생생한 목소리를 다룬 시리즈의 과거 출간 책들과 달리, 이번 책은 현직이 아닌 전직 기자의 사적 경험이 주된 내용이다. 전직 기자 출신으로 미디어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시리즈를 총괄 기획한 지다율(활동명·38) 편집자는 편집자주에서 "저널리즘 역시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기자의 이전과 이후 그리고 이면에도 역시 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앞으로 '우리의 자리'가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자리' 시리즈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기레기'라는 오명을 덮어쓰고 대중의 멸시를 받는데도, 혹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책을 만들어도 '책 읽지 않는 세상'에 쉽게 외면을 받는데도, 왜 스스로 언론인과 출판인이라는 험난한 길을 선택하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편않을 향해서도 유효하다. 출판계의 퇴행과 부조리에 분노하면서도, 출판을 포기하지 않고 공동체를 만들면서까지 끊임없이 출판 활동을 통해 문제의식을 벼리는 마음이 무엇에 연유하느냐고.
지 편집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업계 내에서 출판계를 바라보면 유난히 개개인이 파편화됐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편않이 출판노동자, 저자, 번역가, 독자 등 출판계의 다양한 구성원의 이야기를 담는 시간과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과로서의 좋은 책'을 넘어서서 '과정으로서의 좋은 출판'까지 함께 고민하면서 말이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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