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요한 “국힘, 통합하고 희생하고 다 바꿔야” 관건은 실현

조선일보 2023. 10. 24.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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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에 임명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12일 만이다. 인 위원장은 4대째 한국에서 선교·의료 봉사를 해온 미국 린턴가 자손으로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특정 정파에 속하지 않은 의료인이 집권 여당의 쇄신 작업을 이끌게 됐다. 그는 “통합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도 내려와야 된다.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많은 국민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누적된 결과였다. 실망의 가장 큰 이유로는 윤 정부의 통합적이지 않은 일방적 태도가 꼽히고 있다. 당외 인사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당내 인사를 내치기만 했다. 옳은 정책도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여 반발을 샀다. 대통령의 인사도 국민 시선을 무시하는 경우가 잦았다. 인 위원장이 말하는 통합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통합 부족은 지역적으로도 심각한 상황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영남에만 의존하는 확장성 없는 정당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보선에서 중도층이 등을 돌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도 선거 후 첫 당직 개편에서 총선 공천과 선거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또 영남 출신을 기용했다.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이 전부 영남 출신이다. “수도권과 충청권 중심으로 전진 배치하겠다”던 당대표 약속과 정반대였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기현 대표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젊은 층의 국민의힘 외면도 도를 넘어섰다. 한때 국민의힘은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았지만 지금은 과거에 그런 적이 정말 있었느냐고 생각될 정도로 상황이 바뀌어버렸다. 지금까지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젊은 층을 내쫒다시피 했다. 인 위원장이 통합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 문제 역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생각해야 한다.

인 위원장이 “국민의힘의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고 말한 것은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지금 국민의힘은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되고 4년 동안 편하게 의정 생활을 해도 되는 영남권 의원들이 주축이다. 큰 폭의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을 이 지경으로 만든 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이른바 ‘실세’들도 책임지고 희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국민들에게 비호감 대상이 된 것은 이유가 있다.

관건은 인 위원장 약속의 실현이다. 국힘은 야당이 아닌 여당이기 때문에 인 위원장이 전권을 약속받는다 해도 여전히 당 1인자는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인 위원장의 통합, 희생, 변화 추진은 모든 고비마다 거센 당내 기득권의 반발을 부르게 된다. 결국 어느 순간에 대통령 앞에 이 반발과 갈등이 다 모일 가능성이 있다. 많은 정당의 혁신위가 중간에 좌초할 때는 이런 과정을 거쳤다.

인 위원장은 “(나의) 권한이 정확하게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혁신위원장의 권한이 어디까지 인지는 통합, 희생, 변화를 추진하면서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다. 당장 어려움을 모면하려고 흉내만 내는 혁신위인지, 아니면 이대로면 경제 사회 개혁을 해보지도 못하겠다는 위기감 속에 진심으로 하는 개혁인지가 드러나면 국민은 그것을 보고 내년 총선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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