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노조 사상 최대 임금 인상이 불러오는 문제들

조선일보 2023. 10. 2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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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동조합은 임금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7월부터 24차례 파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최근 5년간 현대차의 임금인상률은 글로벌 자동차회사들보다 높았다.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의 조립 라인이 파업으로 멈춰서 있는 모습.

현대차 노사가 사상 최대의 임금 인상에 합의하자 현대트랜시스 등 현대차 부품 계열사 6개 노조 지회가 동일한 특별 격려금 및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공동 파업을 예고했다. 작년 임단협 때도 현대·기아차, 현대 모비스 등에만 격려금이 지급되자 현대로템·현대위아·현대트랜시스 등 11개 계열사 노조들이 추가 격려금 지급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다.

현대차의 최대 임금 인상은 현대차 국내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은 아니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선 시간당 평균 45대를 생산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68대)의 3분의 2 수준이다. 해외 공장에서 10명이 할 일을 국내에선 18~19명이 하고 있다. 생산 라인에서 휴대폰으로 야구를 볼 정도로 근무 강도가 느슨하다.

민노총 금속노조의 주력인 현대차 노조는 강력한 투쟁력과 파업 카드를 무기로 매년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관철시켜 왔다. 2021년 기준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 평균 연봉은 9600만원에 달했다. 반면 현대차에 납품하는 수많은 중소 협력·하청업체들은 원가 쥐어짜기로 빠듯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부품 상장사의 3분의 1이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를 기록할 만큼 힘든 상황에 몰려 있다.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호실적을 이유로 다른 사업장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임금 인상을 얻어내고, 이에 자극받은 다른 계열사 노조들도 동일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돈 잔치를 벌이는 뒤편에서 계열사도 아닌 협력업체의 근로자들은 열악한 처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고임금은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해외 공장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에 따른 것이란 말이 실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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