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 복무 시절 인맥·영어로 세계시장 뚫어”
한미 동맹이 우리 산업에 미친 영향을 준 대표적인 매개가 미 육군 배속 한국군 요원, 바로 카투사(KATUSA)다. 카투사 복무 중 영어 회화를 익히고 미군의 조직 문화를 접한 이들이 1970년대 이후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와 기업의 세계 진출에 첨병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계 인사들 중 카투사 출신은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이탈리아 브랜드를 국내로 들여왔다가 글로벌 본사까지 인수한 휠라 윤윤수 회장, 국내 대표 유통업체인 롯데쇼핑 정준호 대표와 이마트 한채양 대표, 국내 최대 골프 기업 골프존을 창업한 김영찬 회장, 항공 물류 기업 스위스포트코리아의 김종욱 대표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를 상대로 하며 커리어를 쌓고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1968년 카투사로 입대한 윤윤수 회장은 서울의 한 미군 야전병원에 배치됐다. 입대 초기 미군 의사들의 의학 용어가 낯설어 무조건 “옛 썰(Yes, sir)”만 외치던 그에게 한 미군은 “잘 모르면 알아들을 때까지 물어보라”고 했다. 이때 쌓은 영어 실력으로 미국 유통업체 한국 법인에 입사한 것이 ‘휠라 신화’의 출발점이었다. 윤 회장은 “영어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해외 파트너와 자유롭게 네트워킹을 한 것이 나의 경쟁력이 됐다”고 했다.
1970~8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영어 회화를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매년 2000명 안팎 선발하는 카투사 출신들이 그나마 영어 회화 능력자로 꼽혔다. 이들이 무역 회사나 기업의 해외 파트, 주한 외국 기업에 근무하며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롯데쇼핑 정준호 대표도 그런 경우다. 1984년부터 경기도 평택 미 육군 범죄 수사본부(CID)에 근무했던 정 대표는 첫 직장이던 삼성그룹에 입사한 후 영어 회화 실력 덕분에 해외 브랜드 영업부에 배치됐다. 정 대표는 “1980년대 최고 인기 직장이던 종합상사에서 ‘수출 역군’ 소리를 듣던 상당수가 카투사 출신이었다”고 말했다.
카투사들은 당시 효율적 미군의 조직 문화를 경험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스위스포트코리아의 김종욱 대표는 “1980년만 해도 한국은 돌아가면서 포상받는 것이 미덕이었는데, 미군은 정확한 인사 시스템으로 실적을 평가하고 상을 줬다”며 “조직 관리 방법을 그때 배웠다”고 했다. 카투사 복무 경험을 잊지 못하던 이들을 중심으로 2013년 카투사연합회가 결성됐다. 연합회는 현재 소속 회원 수가 1만2000여 명이다.
카투사 출신들의 역할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연합회 명예회장인 김종욱 대표는 “연합회 차원에서 올해부터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 내 한국 기업에 잘 훈련된 미국 전역 군인을 취업시키는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카투사
카투사(KATUSA·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는 독특한 존재다. 미국은 세계 각지에 군대를 파견하고 있는데, 카투사는 유일하게 미군 지휘체계에 편입돼 함께 근무하는 현지 부대다. 카투사는 6·25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미국의 병력 부족을 채우기 위해 한국군을 미군 부대에 배치하며 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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