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 용병 생활 너무 즐거워요”
일본 중견 기사 나카네 나오유키(中根直行·51) 9단은 요즘 누구보다 행복하다. 원 없이 대국하고, 좋은 성적으로 소속 팀에서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레전드리그에 용병으로 참가 중인 그는 4승 1패(23일 현재)를 기록하며 소속팀 ‘예스 문경’의 선두 질주에 큰 몫을 해내고 있다.
“처제(김효정 3단)에게서 평소 한국 시니어리그(레전드리그 전신)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러웠다. 마침 올 시즌 용병제를 도입한다는 소식에 무조건 참가 의사를 밝혔다.”
나카네 9단의 아내는 재일 프로기사 김현정(44) 4단이다. 김 4단이 일본 유학 시절 만나 결혼했다. 요즘도 나고야에서 부부가 도장 겸 바둑교실을 함께 운영 중이다. 고2, 중2 등 두 아들도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꾸준히 준비해와 입단 직전까지 와있다.
김효정 3단에 따르면 나카네는 오직 ‘바둑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처음엔 용병 출전을 말릴 생각도 했었다. 한국 기사들과의 대국 경험이 거의 없어 성적에 대한 걱정도 들었고, 자비 출전이어서 항공료와 체류비 등이 대국료보다 많이 나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나카네 9단의 생각은 달랐다. “일본 프로바둑엔 없는 단체전 생활이 너무 만족스럽다. 소속감과 책임감이 더해져 승부가 몇 배는 더 짜릿하다. 앞으로도 불러준다면 무조건 건너와 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나카네를 영입한 ‘예스 문경’은 대박이 터졌다. “솔직히 처음엔 좀 불안했는데 연속 결승점을 따내는 등 최고의 용병이다. ” 양상국 감독의 칭찬이다.
한국 바둑에 대한 인상을 묻자 나카네는 “여러 종류의 리그를 통해 대국 기회가 많아서인지 모두 실력도 강하고 승부 호흡도 좋다”고 진단했다. “특히 AI(인공지능) 연구가 일본 기사들보다 앞선 느낌”이라고도 했다.
나카네의 하루 일과는 바둑만으로 빼곡하다. 틈만 나면 인터넷으로 대국하거나 바둑 방송을 시청한다. 유튜브와 SNS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 시간도 늘렸다. 요즘엔 AI에 빠져 인공지능과 치수 고치기를 펼치는 중이다.
“며칠 전 2점을 깔고 져서 다음 번엔 3점으로 두어야 한다. 오랫만에 돌을 깔고 접바둑을 두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공부한다는 건 언제나 즐겁다.”
1988년 입단, 35년째 일본기원 중부 총본부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2011년부터 7년간 연구생 지도사범을 역임했다. 시간이 빌 때면 한국 기사들이 운영하는 도장을 찾아 함께 공부한다. “저녁때 같이 먹는 삼겹살, 족발, 맥주맛은 언제나 환상적이다.”
8개 팀이 참가한 레전드리그는 총 14라운드를 치러 포스트시즌에 나갈 4팀을 뽑는다. “정규 시즌엔 7판쯤 출전할 것 같다. 전승이 깨져 목표를 6승 1패로 수정했다.” 그는 정색하고 ‘잔여 대국 전승’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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