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신설 공연장 채울 ‘부산판 콘텐츠’는
명품 무대 풍성하게 꾸밀 인적·운영 조직 인프라는 시설 완공 전 마무리해야
항만 매립지와 옛 주한미군 군영(캠프 하야리야·현 부산시민공원)에 건립 중인 두 개의 공연장 이름이 최근 확정됐다. 출발 당시에는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국제아트센터였던 시설 명칭이 각각 ‘부산오페라하우스’, ‘부산콘서트홀’로 정해졌다. 부산시가 지난 3월부터 시민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각 3개의 후보작을 선정한 뒤 문화계 의견과 전 국민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결정했다. 이름을 두고 시비를 벌일 때는 아니다. 잘 짓고 잘 운영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부산시민공원에 조성 중인 부산콘서트홀은 현재 공정률 56%로 2025년 개관 예정이다. 북항재개발지구 내 해양문화지구에 들어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공정률 40%로 2026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설계 및 공법 문제로 적지 않은 잡음이 있었다. 이제는 순조로운 건설이 필요하다. 늦었더라도 다시 잡은 개관 시점에 제 모습을 드러내 부산의 문화 품격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부산 공연 인프라는 부산시민회관 건립을 기점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그전까지 부산 공연장 사정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공연 분야 종사자들은 객석 조명 음향 등을 제대로 갖춘 무대가 절대 부족해 학교 강당이나 다방을 전전했다. 1973년 10월 대극장과 소극장, 전시실을 갖춘 시설 개관을 ‘부산 문화계 전환점’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은 이유다. 부산시민회관을 중심으로 동구 범일동 주변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열정을 불태우는 장소였다.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그리고 1988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개관에 이어 일선 기초자치단체들도 잇따라 문예회관 이름으로 공연장을 세웠다. 2008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악원 소속 국립부산국악원까지 개원됐다. 지난 50년간 부산에는 국립, 시립, 구·군립 공연시설의 ‘양적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관객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공연문화의 ‘질적 성장’은 별도로 따져보면 된다.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은 ‘금단의 공간’이었던 곳에 세워진다. 오랜 시간 사람이 근접할 수 없었다. 그동안 건립된 종전 시설과 비교해 역사적 배경이나 의미 면에서 차원을 달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최대 항구가 바다에서 땅으로 변한 공간에 둥지를 트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부두 화물 대신 사람을 모으는 항만 재개발의 상징 건축물로 봐도 무방하다. 부산콘서트홀 건립지역은 특별한 역사가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 경마장(서면경마장)으로 쓰이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산사령부 기지로 바꿨던 부지로, 캠프 하야리야가 2006년 8월 공식 폐쇄되기까지 시민 접근이 허락되지 않았다. 2010년 12월 정식 반환되면서 ‘우리 땅’으로 거듭난 곳을 당당히 차지한 부산콘서트홀은 ‘기억 문화 즐거움 자연 참여’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된 도심 공원의 명품 건축물이다.
누구나 ‘출입 금지 구역’으로 받아들였던 바다 위와 미군 기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공간 확장을 의미한다. 이를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인프라 확충에 활용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풍요로운 문화도시 부산을 만드는 기초 작업이다. 이제는 건축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작업이 요구된다.
시도 이들 공연장 개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지난 7월 1일 자로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을 아우르는 ‘부산시립공연장 예술감독’으로 정명훈 지휘자를 임명했다. 이어 오는 12월까지 상징(CI)과 브랜드 슬로건(BI) 디자인(안)을 도출하고, 로고·서체·캐릭터 등 응용디자인과 프로모션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홍보·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함이다. 절실한 것은 또 있다. 무대공연이 끊임없이 이어지게 할 토대를 미리 다지는 작업이다.
부산시민회관을 비롯해 앞서 건립된 각종 시설이 바탕이 돼 공연예술 수준이 향상되고 시민 문화 향유 폭도 넓어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충족시킬 인프라가 더 추가될 필요성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시대 상황에 부합하는 새 공연장을 양질의 좋은 작품으로 채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산의 인적 인프라가 빈약해 외국이나 수도권 유명 작품을 주로 채운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능력과 예술적 감각을 겸비한 공연예술인 육성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공연장 운영 및 기획조직의 공공성과 전문성 확보 방안도 함께 검토할 일이다.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각별한 의미의 두 공연장 가동 시점이 21세기 ‘부산 문화계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문화시설을 세우는 작업 못지 않게 내용을 알차게 채울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행정당국과 문화계 인사들의 선제적인 대응을 바란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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