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회복되는 수출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란 긴 터널에서 벗어나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가 살아나고 있는 데다 자동차와 대미(對美)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은 338억3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23억5300만달러)보다 4.6% 늘었다. 휴일을 뺀 조업일수 기준 하루 평균 수출액은 2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4억달러)보다 8.6% 늘었다. 이달 1~20일 자동차 수출은 33억1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늘었다. 반도체의 하루 평균 수출액은 4억달러로, 지난해 11월(하루 평균 3억4000만달러) 이후 최고치였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이달 최종 수출 실적도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기획재정부는 밝혔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그간 경기 진단에서 ‘수출 회복 조짐’이란 표현을 썼는데, 이제 ‘조짐’이란 표현을 빼도 될 정도로 분명한 회복 신호가 잡히고 있다”고 했다.
수출 회복세는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이 이끌고 있다. 1~20일 자동차 하루 평균 수출액(2억5000만달러)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 품목 중 가장 증가율이 높은 부문은 선박이었다. 이달 중순까지 16억1500만달러를 수출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0% 늘었다. 기재부는 “선박은 약 2년 전부터 수주량이 확 늘었는데, 수주 뒤 건조 기간이 2~3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제부터 선박 인도가 본격화하고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수출이 더 늘어나고, 중국과 베트남 수출도 살아나는 모양새다. 이달 1~20일 하루 평균 대미 수출액은 4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대중 수출은 9월 이후 개선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1~20일 하루 평균 대중 수출액은 5억5000만달러를 기록,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였다. 우리나라의 네 번째 수출 파트너인 베트남에 대한 수출도 하루 평균 수출액 기준으로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다만 고유가 등의 여파로 수입이 수출을 웃돌아 1~20일 무역수지는 37억4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75억86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0.6% 증가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 회복을 우리 경제의 반등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 특임교수는 “강하게 반등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올해 말부터 경기가 조금씩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품게 하는 지표”라고 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달까지 무역수지가 ‘불황형 흑자’를 보던 것에서 벗어나 경기가 저점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향후 우리 수출에 암초도 적잖은 상태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악화할 경우 고유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다. 고유가는 고물가로 이어지고,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실물경기 위축과 무역 환경 악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수출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의존하는 측면이 큰데, 미국 경기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글로벌 경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어떤 신산업을 키워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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