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41] 인공지능과 예술
2022년 8월, 콜로라도주에서 개최한 작은 아트 콘테스트의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제이슨 앨런이 출품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이 1등을 했다. 앨런은 이를 출품할 때 ‘미드저니’(Midjourney)를 썼다고 명시했는데, 심사위원들은 이것이 인공지능(AI)인 줄 모르고 이미지를 조작하는 포토숍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뒤에 AI가 그린 그림이 1등을 한 것이 알려지고 예술계가 뒤집혔다. 예술가들은 앨런이 속임수를 썼기에 수상을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앨런은 자신은 AI 예술의 위력을 보이려고 출품했고,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앨런과 같은 AI 예술가들은 AI 예술을 사진에 비교했다. 사진이 나오기 전에 화가들은 붓과 물감을 가지고 대상을 거의 그대로 묘사하려고 했다. 사진이 나온 뒤에 예술가는 사진과 경쟁하는 것을 멈추고 더 창의적인 작업을 시도했다. 인상파, 점묘파, 입체파 등 새로운 사조가 연이어 등장한 것은 사진의 등장 이후 화가들이 대상을 보이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을 그만두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AI가 도입되면서 기존 예술에 비슷한 가능성이 열리리라 전망한다. 반면에 기존에 디지털 아트나 삽화를 하던 작가들은 인공지능을 훈련하는 데 자신들의 작업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사진과의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인공지능에 반대한다(No to AI!)”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앨런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최소 624개의 프롬프트 비교하면서 이미지를 만들었고, 좋은 이미지를 얻어낸 뒤에 포토숍으로 고치고, 기가픽셀(Gigapixel) AI를 써서 해상도를 높였고, 여기에 총 80시간이 소요되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2023년 9월 미 저작권청은 인간의 작업에만 저작권을 인가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에 신청된 저작권을 불허했다. 앨런은 사진에는 저작권을 인정하면서 80시간의 노동이 투여된 자신의 작업에는 저작권을 불허하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항의하고, 재심을 요청할 것임을 밝혔다. AI 예술을 둘러싼 인간, 기술, 법의 불협화음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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