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좌석번호에 휠체어 전용석… 공연마다 자막-음성해설 지원까지

김정은 기자 2023. 10.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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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장애예술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24일 개관한다.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 아트홀 1∼3층을 장애예술인 전용 공연장으로 전면 개·보수한 모두예술극장은 가변형 공연장이다.

개관을 닷새 앞둔 19일, 모두예술극장에선 2022년 국제 입센상을 수상한 호주 지적장애인 예술극단 백투더시어터의 연극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의 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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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장애예술공연장 ‘모두’ 개관
“도움 필요한 장애인, 사전예약하면
직원이 도착 지점으로 나가 안내도”
24일 개관하는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 전경.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장애 예술인들의 꿈과 염원이었던 전용 공연장이 만들어졌다. 장애인들은 극장을 찾기 전 극장 편의시설 여부부터 검색한다. 늦게나마 불편함이 없어진 문화 예술 공간이 생겨났다는 점에서 기쁘다.”(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국내 첫 장애 예술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에는 곳곳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경사로 주변에는 핸드레일이 있어 장애인이 이동하기 편리하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국내 첫 장애예술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24일 개관한다.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 아트홀 1∼3층을 장애예술인 전용 공연장으로 전면 개·보수한 모두예술극장은 가변형 공연장이다. 250석 규모의 극장은 객석 구조 및 무대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좌석별로 점자 좌석번호가 마련돼 있다. 무대와 일반 객석 사이에는 휠체어 전용석도 있다. 공연별 자막, 음성 해설 지원도 가능하다. 공연장과 연습실 등 주요 시설의 각 층 바닥은 높낮이 차이를 없앴다. 가파르지 않은 경사로를 설치해 장애인들이 수월하게 이동하도록 했다. 공연장 내 설치된 핸드레일 길이는 300m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애인의 창작 활동과 편안한 관람을 위해 80억 원을 들여 모두예술극장을 지었다.

오세형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공연장추진단 TF 단장은 “무장애 시설을 목표로 한 극장 내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고, 접근성 매니저 직원이 상주한다”며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 사전 예약을 하면 인근 충정로역 등 도착 지점으로 나가 안내한다”고 말했다. 분장실과 연습실, 라운지에는 장애인 화장실, 샤워 시설, 탈의실이 마련돼 있다. 1층 분장실에서 2층 무대로 연결되는 별도 엘리베이터가 있어 장애인 배우들이 이동하는 데 제약이 없다.

개관을 닷새 앞둔 19일, 모두예술극장에선 2022년 국제 입센상을 수상한 호주 지적장애인 예술극단 백투더시어터의 연극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의 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사냥꾼…’에는 세라 메인워링, 스콧 프라이스, 사이먼 래허티까지 배우 3명이 출연해 장애인 인권 및 젠더 문제를 비롯해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인간을 압도할 AI 앞에서 모든 인간은 지적장애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다룬다. 무대 전면과 양옆에 설치된 3개의 스크린에서 영어와 한글 자막이 흘러나와 청각장애인도 관람할 수 있다. 개관 전 시범운영 차원에서 19일부터 선보인 이 공연은 22일까지 무료로 공연됐다.

모두예술극장의 개관 프로그램은 내년 3월까지 짜여 있다. 무용, 연극, 다원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작품 총 9개를 선보인다. 다음 달 15일부터 19일까지 극단 ‘북새통’의 연극 ‘똑,똑,똑’이 공연된다. 발달 장애아동과 청소년을 위해 제작한 감각 친화 공연이다. 다음 달 24∼26일에는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 창작한 다원예술작품인 ‘제자리’가 무대에 오른다. 시각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세계를 주제로 한 다원 예술 ‘어둠 속에, 풍경’도 12월 15, 16일 공연된다. 12월 22∼25일에는 뮤지컬 ‘푸른 나무의 숲’, 내년 3월 1∼3일에는 프랑스 장애 예술인 극단 ‘카탈리즈’의 연극 ‘걸리버, 마지막 여행’이 관객과 만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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