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65] 직관의 감이 떨어지셨나요
미래 예측에 대한 불안이 커진 상황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자료보다 직관을 우선시하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초거대 인공 지능 시대에 오히려 직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나 조언도 힘을 잃지 않고 있다.
데이터 기반 결정과 내장의 느낌(gut feeling)인 직관을 비교하면 데이터 쪽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 그러나 미래 예측에 변수가 많은 경우엔 자료 분석만으론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 결정을 할 경우 예측할 데이터는 부족하고 위험도는 크기 때문에 데이터만으로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 리더가 직관적 결정을 내려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다.
사실 직관이 데이터에 반하는 충동적 감정 반응은 아니다. 좀 더 많은 데이터에 기반한다고도 볼 수 있다. 객관적 지식 데이터에 더해 농축된 주관적 경험과 본능적 감각이 어우러지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나오는 신호다. 그래서 마음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직관의 감이 떨어질 수 있다.
직관과 관련된 비즈니스 심리 영역의 조언을 정리해 보면, 우선 문제 유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결정을 내리는 데 충분한 데이터와 분석이 있다면 굳이 직관에 기댈 필요가 없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데이터 분석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을 하는 데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느낌대로 진행하는 것은 살아있는 직관이 아닌 충동적 감정 반응이기 쉽다. 그리고 결정을 내릴 때 현재 상황이 종전 프레임, 즉 생각의 틀이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되어 있다면 굳이 직관에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면 결정하는 틀도 바꿔야 한다. 이럴 때는 직관이 창의적 접근과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직관에 따라 결정했다면 그것을 다시 자료에 근거해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다시 결정이 미루어지거나 더 안 좋은 결정을 하기 쉽다.
직관의 감이 떨어졌다고 느낄 때는 동료와 팀에 결정을 위임하고 혼자 조용히 쉬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바쁜 일정과 과도한 멀티 태스킹은 직관력을 흐리게 한다. 직관의 감이 떨어졌다는 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마음 시스템에 피로가 누적되었다는 것이다. 뇌 피로는 평소에 자기 인식과 권한 위임을 잘하던 리더에게도 자기 과신이나 과다 통제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말 그대로 감이 떨어진 것이다. 결정할 때도 감이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직관의 감이 떨어졌다고 느끼면 내 마음이 지쳤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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