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대홍수-가뭄 앓고 댐 건설 재추진… “토건 사업 아닌 물 복지”
美 캘리포니아, 5년간 13조원 피해… 1980년대 중단했던 댐 내년 착공
日, 2020년 집중호우로 인명 사고… 2009년 무산된 홍수 조절 댐 건설
국내서도 이상기후 대응 목소리 커져… 환경부 내년 전국 10곳 타당성 조사
해외 각국에서는 이미 시작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가뭄 시기에 쓸 수 있는 수자원을 저장하거나, 홍수기에 쏟아지는 비를 가둬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물그릇(Water Storage)’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 다름 아닌 댐이다.
● 미-일, 이상기후 겪고 물그릇 확보 나서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가 댐 건설에 나서진 않았다. 그러나 2020년 겨울 또다시 가뭄이 찾아왔다. 지난해 6월 최대 규모의 섀스타호 저수율은 39%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급수 제한을 시행하는 등 가뭄과 홍수를 번갈아 겪으며 지역의 비판이 거세지자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1980년대 중단됐던 ‘사이트 저수지’ 댐 건설을 재추진하고 있다. 2021년 타당성 결정 후 현재 환경영향 검토 등 단계를 밟고 있다. 18억5000㎥ 규모의 댐으로, 신규 댐과 기존 시설물을 연계해 주민 2400만 명에게 연간 5.6억 ㎥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 나아가 캘리포니아 북부 물 저장 용량을 15%까지 늘릴 수 있다. 내년 착공해 2030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 예정이다.
일본과 호주에서도 과거 주민들의 반대로 건설이 중단됐던 댐을 다시 짓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9년 중단됐던 ‘가와베가와댐’ 사업을 2020년 11월 다시 시작했다. 같은 해 여름 시간당 최고 98mm 수준의 집중호우가 퍼부으며 65명이 목숨을 잃는 홍수를 겪고 나서다. 1966년 다목적댐으로 계획했다가 주민 반대와 수질 악화 논란으로 중단한 사업이었다. 높이 107m, 수용량 1.3억 ㎥ 등 홍수 조절용 댐으론 일본 최대 규모로, 작년 11월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는 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토건 사업’ 아닌 ‘물 복지’ 차원서 고려”
물그릇 확보로 가장 먼저 신규 댐 건설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입지 선정부터 지역 주민 동의 등의 절차를 밟다 보면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에 기존 댐 보강으로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국가들도 있다.
호주 남부 지역은 2017∼2019년 수도 사용을 제한할 정도로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이후 2019년 정부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하는 물 인프라 투자 전문기관 ‘국가워터그리드공사’를 설립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기관에서는 신규 댐 건설뿐 아니라 기존 댐 높이를 높이거나 댐 하류 지점에 보조댐을 만드는 등의 댐 보강 관련 프로젝트 10개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1900년대 지어진 수력발전 댐들을 구조 변경을 통해 이미 1990년대부터 다목적댐으로 전환해 홍수 조절, 용수 공급 등 댐 부가가치를 높였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8월 수도권 ‘극한 호우’와 올 상반기 극심했던 남부 지방 가뭄 등을 지나며 이상기후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8월 감사원은 2031년 매년 최대 6억2600여만 t의 물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서울시민들이 2021년 한 해 사용한 수돗물 양(11억95만 t)의 57% 수준이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2021년 예측한 물 부족량보다 2.2∼2.4배 많은 수치”라며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물 부족량을 예측했다. 미래 기후변화 요인을 반영해 중장기 물 수급 예측 체계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달 환경부는 내년부터 전국 10곳에 신규 댐 건설과 기존 댐 리모델링을 위한 기본 구상과 타당성 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건연 경북대 명예교수(토목공학과)는 “그동안 ‘토건 사업’이란 비판에 신규 댐 건설이나 보 사업이 주춤했지만 기후위기를 맞아 이제는 복지 차원에서의 효과적인 물 관리 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대건설, 3조2500억 ‘자푸라 가스플랜트’ 수주 계약…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
- 김기현 “역량 발휘해달라” 인요한 “무서울 만큼 권한 부여”
- B-52 비행한 서울 ADEX, 수주 상담액만 40조 육박… 실제 계약액 8조 넘어
- 아직도 ‘이재명 법카’가 별 문제 아니라는 민주당[김지현의 정치언락]
- [단독]“김해공항 통해 마약 18kg 밀반입”…마약 밀수 조직원 추가 진술 확보
- 이정근 “돈봉투, 100만원 확실히 넘어”…윤관석 주장과 배치
- 유진그룹, 3199억 여원에 YTN 최종 낙찰자 선정
- 이 “인질석방용 휴전없다”…하마스 “지상전 저지” 이란과 밀착
- 이재명 당무 복귀 첫날, “尹-여야 대표 회담을” 역제안한 민주당
- “경찰복 팝니다”…이태원 참사때 ‘구조 방해’ 코스프레 제복 또 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