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건희의 ‘다 바꾸자’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 삼성 임직원 200여명이 모였다.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였다. 이 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했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뼈를 깎는 수준의 혁신을 주문했다. 초일류기업을 향한 삼성 ‘신(新)경영’의 시작이고, ‘제2창업’ 선언이었다.
당시 삼성은 국내 1등이긴 했지만 해외시장에선 2류, 3류 취급을 받았다. 이날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삼성의 체질과 관행, 의식, 제도를 양(量) 위주에서 질(質) 위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치는 품질로는 세계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진단한 것이다.
1995년 3월9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선 15만대 500억원어치의 삼성 휴대폰을 쌓아 놓고 ‘화형식’을 가졌다. 설 선물로 임원들에게 휴대폰을 돌렸는데, 통화가 안 된다는 불만이 나왔고 이를 이 회장이 전해 들었다. 그는 “돈받고 불량품을 만들다니, 고객이 두렵지도 않나”라며 태워 버리라고 지시했다.
이건희 회장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감한 결단이었다. 독창적인 발상으로 오너가 아니면 내릴 수 없는 결단으로 오늘의 삼성을 이끌었다. ‘신경영 선언’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이건희의 신경영’으로 삼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신화를 쓰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의 변화는 다른 기업은 물론 한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세계 1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회장의 ‘다 바꾸자’는 변화와 혁신의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삼성을 포함한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 상황은 신경영을 선언한 30년 전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이 회장이 ‘4류’라고 했던 구태한 정치도 나아진 게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국가의 장래가 위태롭고, 이념 논쟁과 양극화로 갈등도 심각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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