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안전한 도시, 찰나의 반성과 후회
그 얘길 믿었더라면, 길을 막았더라면, 아니 그때 거기에 가지 않았더라면....
도시민으로서의 운명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들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대단한 역사적 사건들도 생각지 못한 작은 일들로 비롯되기도 하고, 순간의 반복된 여러 선택이 모아져 역사적 비극이 되기도 했다. 공동체 속에서의 삶이란 개개인의 의지와 선택보다 시대와 상황으로 운명지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지난해 이맘때쯤, 이태원 참사로 기억되는 핼러윈데이에 소중한 생때같은 생명들을 잃었다. 어제와 같이 그 아픔이 기억되는데 벌써 1년이 성큼 갔다.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하루도 편히 잠들 수 없었을 테고, 그날 이후 가족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을지 감히 짐작된다.
우리는 도시의 활력을 얘기할 때 사람들의 통행량 등 밀도를 얘기한다. 분명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축제들은 도시의 매력도를 높이는 도시브랜드 역할을 한다. 공적 공간이든 사적 공간이든 도시를 디자인할 때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은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싱가포르를 방문하면 같은 모양의 건축물이 거의 보이지 않고, 거리마다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구성한다. 이는 싱가포르 도시개발청 URA의 엄격한 도시관리 덕분이다. 사적으로 소유된 건축물에도 사람들의 안전을 고려한 다양한 형태의 오픈스페이스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러한 오픈된 공간은 거리와 광장이란 이름으로 공적영역에서 철저히 관리된다.
체계적인 도시관리는 색채나 디자인 등 건물의 외관에서 비롯되는 하드웨어적인 경관관리를 넘어선다. 지역 커뮤니티의 공간이용 측면까지도 철저히 기획하고 관리되기에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뛰어넘어 안전한 도시로서의 체계적인 도시 이미지로 인식된다.
도시는 토지나 건축물 등 하드웨어로 만들어진 그릇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문화와 감성들이 그릇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유기체처럼 살아서 변화한다. 무엇이 담길 그릇인지, 또 담아야 할 내용에는 우선순위가 있으며, 구성원을 위험으로부터 지켜내는 안전이 당연 1순위일 것이다.
어쩌면 지난해 그날의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의 억눌렸던 청춘들의 함성을 가슴으로 이해해야 했고,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닌 청춘들의 이야기들을 귀 기울여 들어줘야 했다.
존중과 이해로 함께 준비하고 즐길 수 있도록, 그리하여 다양한 문화가 위협받지 않도록 모든 공간의 미비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안전한 도시는 미리 준비되고 계획돼야 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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