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칼럼] 의료 문제를 바라보는 개인적 시각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더 많은 재화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은 필연적이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사회일수록 미래에 도래할 불안감을 떨쳐내는 방식에 있어 사회적 합의와 협동의 가치는 낮아지고 혼자만이라도 성공하려는 이기심만 점차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 의미로 본다면 현재 고수입인 의사는 타 직군에 비해 사람들의 쏠림 현상이 있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직업의 자격을 ‘다른 변수 없이 단순히 성적으로만 판단해 줄 세우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는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든다.
최근 다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의사단체는 즉각적인 반대를 표명하며 강경대응을 예고했지만 의사단체를 제외한 정부와 시민들의 반응은 찬성에 가깝다. 건보재정의 악화와 특정 진료과의 쏠림현상으로 정원 확대가 의료공백의 해소에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의사단체와 필수의료서비스 인력의 공백으로 지방의 의료 공백이 가시화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들어보면 양측의 주장이 다 이치에 맞는 말이다. 분명 민감한 시기에 정부에서 이러한 화두를 던지는 데에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정치적 색깔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의사단체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득하지 못했다.
의사단체들은 의대 정원 확대가 국민의료비 증가가 가속화돼 건보재정의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 7년간 국민 1인당 건강보험 급여비는 50% 이상 증가했고 전체 인구의 16%인 65세 인구가 건보재정의 43%를 사용한다. 건보료를 내지 않는 65세 이상의 노인층에서 절반 가까운 건보료를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같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에서 젊은 세대가 짊어져야 할 재정의 무게와 동시에 의료가 단순히 노인에 대한 복지의 혜택으로만 작용되기 힘들다는 점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이 대세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정재영(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및 신경과 등 노인 위주의 진료과목이 늘어난 것은 이를 대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사면허 및 건강보험제도만 공공영역으로 관리하고 병·의원급 개원의에 대해서는 경쟁적으로 수입을 창출하게 만들어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이 혼재돼 있기에 진료과목에 상관없이 수입이 일정하거나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가 정해져 있는 외국과 달리 의사들의 얼마나 일하느냐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고, 진료에 소비되는 시간은 타 국가에 비해 월등히 짧아 ‘시간=돈’이라는 현상을 만들어 진료시간은 길고 환자의 수요 메리트가 없는 소아과나 산부인과 같은 진료과목은 기피하는 현상을 만들었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저출산, 고령화가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모두가 산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있기에 노력에 비해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공적영역이나 기피하는 진료과에 지원하는 사람은 적어지고 사적영역에서 고수입만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공적·사적 영역이 혼재된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문제에 대해 한마디로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의료는 정부 재정이 막대하게 투여되는 만큼 공적영역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선진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의사가 단순히 고수입을 보장하는 양질의 직업이라는 사회적 특권의식의 변화와 더불어 의사들도 공공재의 일환으로 본인들이 국가와 사회의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앞서 의료 문제 역시 인구 구조의 변화가 낳은 문제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하루빨리 저출산, 고령화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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