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와이프-아이 빼고 다 바꿔야”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임명 직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 이건희 삼성 회장 말씀 중 깊이 생각한 것이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말”이라며 “(당이) 많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이어 “한 단어로 통합을 추진하려 한다”며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통합”이라고 위원장직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위원장이 이끌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혁신위 성공이 당 지도부로부터 얼마나 자율성을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북 전주 출생인 인 위원장은 5대째 한국에 살고 있다. 1980년 연세대 의대 재학 중이던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군과 외신기자들 사이의 통역을 맡았고, 1992년 ‘한국형 구급차’를 직접 설계 제작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2012년 특별귀화자 1호가 됐다. 같은 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인요한 “與, 많은 분 내려와야”… 지도부 “총선 인재영입은 우리 몫”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선임
인요한 “희생 없이는 변화 없어”
총선 직접 출마설엔 “다 내려놓아”
김기현 “혁신위에 안건-범위 전권”
與 김기현 대표 만난 인요한 혁신위원장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왼쪽)이 김기현 대표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혁신위는 위원 구성,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 기한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전권을 갖고 자율적, 독립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23일 임명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희생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취임 일성(一聲)으로 ‘희생’을 강조하며 당의 변화를 촉구한 것.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중진 수도권 출마론’, ‘친윤(친윤석열) 핵심 불출마론’ 등 당 안팎에서 쇄신론이 분출하는 가운데 혁신위가 어느 수준의 쇄신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당내에선 정당 경험이 없고 내년 총선에서 서울 서대문갑 출마가 거론되는 인 위원장이 제대로 된 혁신을 할 수 있을지,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전적으로 수용할지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 “희생 없이 변화 없다” 인적 쇄신 시사
인 위원장은 이날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어록을 인용하며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궐선거 참패로 민심의 엄중한 경고를 받은 국민의힘을 향해 변화 없인 살 수 없다고 경고한 것.
혁신위의 인적 쇄신 의지를 보여줄 첫 가늠자로 혁신위 인선이 꼽힌다. 인 위원장은 이날 “아주 능력 있는 분들을 다 보고 있다. 여성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26일 최고위원회의 전까지 혁신위원 인선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이 이날 “통합”을 여러 차례 외친 만큼 당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비윤(비윤석열) 진영 또는 중도 확장성이 있는 인물들을 등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논란만 일으키다 끝난 것으로 평가받은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가 1차 혁신위원 인선에서 7명 중 6명을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로 내세웠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 위원장은 이날 김기현 대표와 만나 “며칠 전에 대표님과 식사를 같이 했는데 무서울 정도로 권한을 많이 부여해 줬다”고 했다. 김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위원장의 혁신위에 대해 “혁신위는 위원 구성,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 기한 등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자율적, 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 당 지도부 “총선 인재 영입은 지도부 몫”
하지만 당 지도부는 ‘혁신위 전권’ 범위에 ‘총선 실무’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는 수술 기구”라며 “비상대책위원회처럼 당무 실무를 보는 게 아닌, 당 혁신에 관한 방법론을 만들 전권을 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른 당 핵심 관계자도 “예를 들어 혁신위의 역할은 당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인적 쇄신 혁신안을 내놓는 것이지, 사람을 콕 집어 데리고 오거나 자르는 역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과 인재 영입, 공천은 구분해야 맞지 않나(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혁신위는 ‘인적 쇄신’, ‘정책 쇄신’, ‘정당 쇄신’ 등 큰 방향성을 두고 혁신안을 수립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혁신안에 따라 당헌·당규 개정도 가능하지만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만큼 혁신안의 실효성은 결국 당 지도부 의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당내에선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이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여권 전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대수술할 집도의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여당 의원은 “인 위원장이 우리 당에 수술이 필요한 당정 관계 문제, 시스템 공천 문제, 중진 험지 출마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며 “혁신위원장 역할에 대해 구상이 제대로 설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이 국민의힘 서울 서대문갑 후보로 거론됐던 것에 대한 뒷말도 남아 있다. 인 위원장은 출마설에 대해 “다 내려놓은 거다. 여기 이 일을 맡은 동안에는 다른 건 없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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