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5대 도시에 가상현실 플랫폼…韓 ICT 중동진출 물꼬

박윤균 기자(gyun@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3. 10. 24.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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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1억달러 수출 계약
초거대 AI·로봇기술 활용
디지털트윈 기술로 도시관리
韓·사우디 방산 장기협력
"계약 규모·액수 상당히 커"
빈살만 지난해 방한때부터
천궁 미사일체계에 큰 관심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리야드 킹사우드대에서 '청년, 미래를 이끄는 혁신의 주인공'을 주제로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처음 수출하게 되면서 향후 중동 지역 스마트시티 건설 사업에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했다.

특히 사우디는 네옴시티라는 거대 도시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인 만큼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관련 업계는 평가했다.

23일(현지시간) 네이버와 사우디 도시농촌주택부는 사우디의 저탄소 스마트 도시 건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향후 5년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메카, 메디나, 담맘, 제다 등 5개 도시에 현실과 똑같이 만든 가상공간이자 도시 단위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플랫폼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이 중동 지역에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 규모는 5년간 총 1억달러(약 1350억원)로 국내 ICT 플랫폼 수출 사상 최대 규모다.

향후 사우디는 디지털 트윈을 도시 계획과 관리,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네이버의 초거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로봇 기술 등이 반영된다.

클라우드 기반 가상공간에 현실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디지털 트윈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도시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도시 계획과 관리에 유용하다. 실제 도시 개발을 진행하기 전에 건축물의 일조량이나 주변 교통량 등을 예측해 설계를 수정할 수 있다. 집중호우 때 침수 지역을 예상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하수도를 배치하는 일도 가능하다.

도시 전체의 공간 데이터를 담고 있는 디지털 트윈은 한 번 구축해 놓으면 다양한 혁신적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 가치가 매우 높다. 디지털 트윈 지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거나 저비용으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실감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디지털 트윈을 스마트 시티 같은 미래형 도시의 기간 시설이자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사업은 대규모 지역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한 사례가 된다.

전통적 협력 분야인 플랜트 산업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개가를 올렸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사우디 아람코와 24억달러(약 3조2500억원) 규모의 '자푸라 2(Jafura 2) 가스플랜트 패키지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중동 최대 셰일가스 매장지에 한국 기술로 플랜트를 건설하게 된다.

방산 시장도 기대를 모은다. 특히 중동은 인접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진 데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터졌다. 역내 국가들의 군비 증강 움직임이 활발해진 배경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산은 사우디와의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이번 중동 순방을 촉매제로 방산 수출 시장 외연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우디 순방에서는 특히 지대공미사일 수출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예멘 후티 반군으로부터 탄도미사일, 드론 등을 이용한 공격을 받아온 사우디는 요격미사일 수요가 크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도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국내 업체들이 만든 천궁 무기체계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주력 제품을 여러 국가에 수출하며 K방산의 힘을 키우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폴란드와의 1차 무기 도입 계약에서 FA-50 경공격기 48대를 수출했는데, 규모가 총 30억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명품 자주포로 불리는 K-9 자주포를 전 세계에 수출해왔다. 작년에는 폴란드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총 8조2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방산 수출 규모는 사상 최대인 173억달러를 달성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부터 방위 산업을 한국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낙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통령 국가안보실에 방위 산업 수출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방산 업계 매출액은 올해 18조7839억원에서 2027년 29조7278억원으로 58%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야드 박윤균 기자 / 서울 우제윤 기자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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