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의 작심발언…“가계빚 안잡히면 금리인상도 고려”

김정환 기자(flame@mk.co.kr),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10. 2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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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국감서 경기 진단
빚투 현상에 잇단 견제
경기 의식해 속도는 조절
올해 경제 타 선진국 대비 양호
“성장률 1%까지 안내려가”
잠재성장률 첫 2%선 붕괴는 논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창용 총재가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0.23 [사진 =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수출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이 1%까지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들어 수출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수출반등세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관련해선 규제 강화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올해 고금리에도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이 계속되며 가계부채가 줄지 않자 경고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급증 대책과 관련 “먼저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 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가계신용은 1862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9조5000억원 늘었다. 최근 고금리 환경에도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다.

다만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릴 경우 물론 가계대출을 잡을 수 있다”면서 “당장 너무 빨리 (금리를) 조절하려다 보면 경기가 너무 나빠지기 때문에 천천히 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3분기 경기가 바닥을 짚는 흐름이기 때문에 섣불리 금리 정책에 손을 대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올해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을 제외하면 다른 선진국 대비 양호하다”며 “소비 회복세가 다소 약한 모습이지만 수출 부진이 완화되면서 개선되고 있고 내년에도 완만한 개선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1.4%로 전망한바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변수다. 이 총재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전에는 물가가 연말까지 3% 수준으로 내려오고 내년 더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중동 사태로 그 예측이 안 맞고 물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유가, 환율 등 변동성 확대로 향후 물가 경로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다.

급격한 저출생·고령화로 올해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 처음 2%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구조적인 저성장 문제에 대한 해법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통상 중립금리(물가 안정 상태에서 자금 수급을 맞출 수 있는 금리수준)도 하락하는데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잠재성장률 낙폭이 커지면서 주요국 중립금리와 격차가 커질 경우 통화정책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이날 한은이 기재위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주요국 국내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산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3.5%)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올해 2%선이 무너진 후 내년에는 1.7%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이는 주요 7개국(G7)인 미국 잠재성장률(1.9%) 보다도 낮은 수치다. OECD가 지난 2001년 이후 내놓은 잠재성장률 추정치 통계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G7 국가를 밑도는 경우는 처음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정부가 한은의 일시차입금으로 세수 부족을 메우고 있다는 야당의 비판도 잇따랐다. 올 들어 9월까지 정부가 한은을 통해 빌린 일시 대출액은 11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누적 대출액(34조2000억원)의 3배가 넘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재정증권 발행 절차 등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통화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시차입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른 방법을 권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일시차입금 제도에 대해 “정부가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의존한다는 면에서 단점이 있지만 단기 유동성을 조절할 때는 더 효율적이라는 장점도 있다”면서 “국회에서 한도를 정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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