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강원도에서 기업상속세를 폐지하자

현진권 2023. 10.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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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진권 강원연구원장

한국에서 상속세는 ‘정의의 칼’로 인식한다. 부모를 잘 만나, 출발선부터 이미 부자가 되는 세상을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출발선에서의 형평성이 곧 정의이며, 상속세는 의로운 세금이 된다. 특히, 기업상속에 대해서는 일반인의 재산상속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기업 상속은 곧 신분 상속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10년이 지나야 과장이 되는데, 부모를 잘 만난 사람은 바로 사장이 되기에 재산 상속 이상으로 나쁜 것이 기업 상속이다. 그래서 재산 상속보다 더 지독하게 막는 제도가 기업 상속에 대한 세금이다.

전 세계에서 기업상속세 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무려 60%다. 우리와 비슷한 문화 배경을 가진 일본이 55%로 두 번째로 높다. 상속세에 대한 동양권의 인식을 볼 수 있다. 반면, OECD 국가들의 평균 상속세율은 13%다. 동양적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변화가 형평 가치를 대표하는 북유럽 국가들에서 발생했다. 스웨덴은 2005년, 노르웨이는 2014년에 상속세를 폐지했다. 형평과 복지라는 기치를 내건 국가에서 상속세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상속세를 형평의 관점에서 고집하면, 국가 경제가 퇴보한다는 사실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기업은 국가 경제발전의 핵심이다. 기업이 잘되면 국가는 자연스럽게 발전한다.

기업은 세대를 이어 연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한 세대에 잘나가던 기업이 상속으로 인해 기업경영이 바뀌면, 그 기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나라와 같이 60%를 세금으로 내면, 그 기업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없다. 그래서 큰 기업일수록, 해외로 이전하여 기업상속 지옥인 나라를 탈출한다. 결국, 형평 가치에 매몰된 국가는 소위 잘나가는 기업을 잃는다. 남은 건 정의라는 명분과 경제적 퇴보뿐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상속세를 폐지한 이유다.

이러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기업상속세가 ‘정의의 칼’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정치인은 국민의 표를 먹고 사는 생명체이므로, 북유럽 국가들의 결단을 우리나라가 따르기 쉽지 않다. 그러나 방안은 있다. 한 지역에서 먼저 정책실험을 해보자. 강원도는 올해 특별자치도가 되었다. 아직 완전한 분권 정책을 펼 수 없지만, 명분상으로는 정책의 자유를 펼칠 수 있는 자치도이다. 강원도에서 먼저 기업상속세를 폐지해 보자.

강원도는 관광으로 먹고살았던 지역으로 가난했다. 그러나 강원 분권국이 되면서 기업 유치를 정책의 핵심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기업유치를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내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확실한 것이 없다. 대통령은 지방시대를 천명하며 지방에 모든 정책 권한을 준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정책 의지를 볼 때, 기업상속세 폐지를 강원도에서 펼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경제정책 전문가인 필자의 감각으로는 그 어떤 정책보다 기업상속세 폐지 정책이 기업 유치에 효과적일 것으로 확신한다. 기업이 오면, 강원도는 부자가 된다. 이는 대통령이 원하는 지방시대를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강원도에서 시작한 기업상속세 폐지는 연쇄적으로 파급효과를 가질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기업상속세 폐지를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기업상속세를 폐지하면 국가 전체의 정책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방발전을 통한 지방시대를 실현하며 국가 경제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강원도는 기업상속세 폐지를 선제적으로 펼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영문명은 ‘Gangwon State’다. 미국에서는 많은 기업이 규제가 많은 캘리포니아주(state)에서 벗어나 기업천국인 텍사스주(state)로 이전하고 있다. 주(state) 정부라는 원대한 꿈을 꾸는 강원도가 잘 사는 꿈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기업상속세를 폐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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