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차갑고 고요한 복수의 삼중주, 데이비드 핀처의 신작 ‘더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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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6번째 레터는 데이비드 핀처의 신작 ‘더 킬러’입니다. 25일 개봉하죠. 오늘(23일) 오후 5시10분에 시사회를 했고 방금 전에 끝났어요. 제가 잠시 뒤에 또 시사회가 있긴 한데 짧더라도 레터 독자 여러분께 바로 보내드리고 싶어서 잠시 스타벅스에 들어와서 자판 두드립니다.
언제나처럼 거두절미, 원초적인 질문에 답부터 드릴게요.
어땠냐고요?
재밌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바로 보내드리고 싶었겠죠? 이 정도로 스타일을 한껏 살리면서 끝까지 긴장을 끌고갈 수 있는 감독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네요.
영화가 시작되면, 한 남자(우리의 주인공 마이클 파스벤더.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습니다)가 프랑스 파리의 창 너머로 건너편 건물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첫번째 대사. “지루함을 못 견디면 이 일은 당신 적성에 아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목표물이 나타날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렸다가 처치하는 암살자입니다. 영화 시작하고 15분간은 남자의 독백이 계속 흘러나옵니다. “나는 그저 나다(I am what I am)” 라던 남자는 관객에게 선언하듯 말합니다. “세상엔 운도 없고, 업보도 없고, 정의도 없다.” 과연 그럴까요. 그가 평생 처음 암살에 실패하면서 그의 철학은 도전받게 됩니다. 파리의 창 너머로 저격한 총알이 엉뚱한 사람을 맞힌거죠.
은신처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간 마이클. 그를 기다리는 건 핏자국으로 엉망이 된 집입니다. 마이클은 병원 응급실로 달려갑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마이클의 그녀. 괴한 둘에게 공격을 당해 죽다 살아난 그녀가 말합니다.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내가 왜 버텼는지 알아? 죽으면 자기를 다신 못 볼까 봐. 그건 안 되는 거니까. 그래서 버텼어.”
아. 이 냉혹한 킬러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녀가.
목숨을 위협받는 순간에도 그를 다시 보고 싶어서 버텨내고만 그녀가.
그 뒤는 짐작되시죠? 마이클의 복수가 시작됩니다. 차갑고, 냉정하고, 철저한.
영화가 흘러가다 틸다 스윈튼이 나오면 집중하세요. 레스토랑에서 둘이 마주앉은 장면은 넷플릭스에 뜨면 정말 여러 번 돌려보고 싶습니다. 아무 말 없이, 표정도 없이 바라보는 마이클, “이럴 줄 알았으면 건강식 먹지 말고 끼니마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먹을 걸”이라고 말하는 틸다. “네가 위험한 줄 알면서도 여기 왜 왔는줄 알아? 넌 위안을 받고 싶었던 거야.” 틸다의 말에 마이클의 눈빛이 흔들리죠.
기본 골격만 아시고 보실 때 훨씬 재밌게 보실 영화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뒤 시사회가 곧 시작해서 더 길게 쓸 수가 없네요. ^^ 오늘은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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