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차갑고 고요한 복수의 삼중주, 데이비드 핀처의 신작 ‘더 킬러’

신정선 기자 2023. 10.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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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6번째 레터는 데이비드 핀처의 신작 ‘더 킬러’입니다. 25일 개봉하죠. 오늘(23일) 오후 5시10분에 시사회를 했고 방금 전에 끝났어요. 제가 잠시 뒤에 또 시사회가 있긴 한데 짧더라도 레터 독자 여러분께 바로 보내드리고 싶어서 잠시 스타벅스에 들어와서 자판 두드립니다.

더 킬러

언제나처럼 거두절미, 원초적인 질문에 답부터 드릴게요.

어땠냐고요?

재밌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바로 보내드리고 싶었겠죠? 이 정도로 스타일을 한껏 살리면서 끝까지 긴장을 끌고갈 수 있는 감독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네요.

영화가 시작되면, 한 남자(우리의 주인공 마이클 파스벤더.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습니다)가 프랑스 파리의 창 너머로 건너편 건물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첫번째 대사. “지루함을 못 견디면 이 일은 당신 적성에 아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목표물이 나타날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렸다가 처치하는 암살자입니다. 영화 시작하고 15분간은 남자의 독백이 계속 흘러나옵니다. “나는 그저 나다(I am what I am)” 라던 남자는 관객에게 선언하듯 말합니다. “세상엔 운도 없고, 업보도 없고, 정의도 없다.” 과연 그럴까요. 그가 평생 처음 암살에 실패하면서 그의 철학은 도전받게 됩니다. 파리의 창 너머로 저격한 총알이 엉뚱한 사람을 맞힌거죠.

은신처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간 마이클. 그를 기다리는 건 핏자국으로 엉망이 된 집입니다. 마이클은 병원 응급실로 달려갑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마이클의 그녀. 괴한 둘에게 공격을 당해 죽다 살아난 그녀가 말합니다.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내가 왜 버텼는지 알아? 죽으면 자기를 다신 못 볼까 봐. 그건 안 되는 거니까. 그래서 버텼어.”

아. 이 냉혹한 킬러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녀가.

목숨을 위협받는 순간에도 그를 다시 보고 싶어서 버텨내고만 그녀가.

그 뒤는 짐작되시죠? 마이클의 복수가 시작됩니다. 차갑고, 냉정하고, 철저한.

25일 개봉하는 데이비드 핀처의 신작 '더 킬러'. 주인공 마이클 파스벤더가 목표물을 찾기 위해 건너편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영화가 흘러가다 틸다 스윈튼이 나오면 집중하세요. 레스토랑에서 둘이 마주앉은 장면은 넷플릭스에 뜨면 정말 여러 번 돌려보고 싶습니다. 아무 말 없이, 표정도 없이 바라보는 마이클, “이럴 줄 알았으면 건강식 먹지 말고 끼니마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먹을 걸”이라고 말하는 틸다. “네가 위험한 줄 알면서도 여기 왜 왔는줄 알아? 넌 위안을 받고 싶었던 거야.” 틸다의 말에 마이클의 눈빛이 흔들리죠.

기본 골격만 아시고 보실 때 훨씬 재밌게 보실 영화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뒤 시사회가 곧 시작해서 더 길게 쓸 수가 없네요. ^^ 오늘은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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