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그들과 우리의 미카엘
캐나다 퀘벡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셜브룩이라는 도시에서 묵던 날, 성 미카엘 대성당에 들렀습니다. 성당 입구에 라틴어로 이런 문장이 적혀 있더군요. ‘Quis ut Deus(누가 하느님과 같으냐)’. 이는 ‘미카엘(Michael)’이라는 이름의 뜻이지요.
‘나의 미카엘’이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1939~2018)의 1968년작. 계단을 내려오다 미끄러질 뻔한 여자를 낯선 청년이 잡아주고, 둘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랑에 빠져 결혼합니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여자의 이상(理想)과는 달리 지극히 현실적이고 무미건조합니다. 소설은 아내 한나의 시점에서 남편 미카엘과의 관계를 애틋하면서도 쓸쓸하게 바라봅니다.
미카엘이 집을 나서면 나는 눈물로 목이 멘다. 나는 이 슬픔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도대체 어느 저주받은 곳에 숨어 있다 나와서 슬며시 기어들어와 나의 고요하고 푸른 아침을 망쳐놓는지를.
아모스 오즈는 생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였어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공존을 주장했지요. 이스라엘 우파와 하마스를 동시에 비난하며 “타인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는 자가 광신자다”라고 했습니다. 한 문학상 수상 연설에선 “사람들이 어떤 민족적 혹은 종교적 집단 또는 그 외의 다른 집단을 ‘쓰레기’ 또는 ‘암적 존재’ 혹은 ‘서서히 다가오는 위협’에 비유하여 이야기할 때 작가는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고 하기도 했죠.
악마를 무찌르는 대천사 미카엘은 유대 민족의 수호자. 이슬람에선 자연의 섭리를 관장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팔 모두에게 ‘나의 미카엘’인 셈이죠. 미카엘 대성당 십자가 앞에서 이·팔 간 평화를 비는 기도를 올립니다. 오즈는 말했습니다.
나는 항상 원수와 타협하는 길을 모색해 왔으며 내 구호는 ‘전쟁이 아닌 사랑을’이 아니라 ‘사랑이 아닌 평화를’인 셈이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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