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시대 열린 중고차 시장…케이카, 점유율 쪼그라들까?
인증중고차 시장 점유율 하락 우려…노조 파업 등 내홍
한앤컴퍼니, 케이카 매각 '산넘어 산'
시장 확대로 '오히려 기회' 의견도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케이카의 매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 차종의 양질의 중고차 매물 확보가 줄어 점유율이 줄어들고, 시장에서의 기업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10월 25일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본격 사업화에 뛰어들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9일 경남 양산 현대 인증중고차 양산센터를 공개하고 해당 사업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현대차는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5년 10만km 이내 무사고 차량을 매입해 270여개의 항목을 점검한 뒤 품질 인증을 받고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영세업체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시장점유율 목표를 오는 2024년 4월까지는 2.9%, 2025년 4월까지는 4.1% 수준으로 설정했다. 기아도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사업을 꾸린다면 중고차 시장에서의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중은 약 8% 수준으로 예상된다. 케이카의 점유율이 올해 2분기 기준 5.8%임을 감안하면 단숨에 케이카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로 케이카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크게 저렴하고 값싼 10만km 이상의 매물을 원하는 고객과 다소 가격이 비싸도 5년 10만km 이내 신차급 매물을 원하는 고객을 나누어진다. 이중 케이카와 헤이딜러 등 인증중고차 업체는 다소 비싸도 확실한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대다수인데, 대기업이 직접 보증·판매한다면 소비자들의 이탈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5년 10만km 이내 양질의 중고차 매물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케이카의 중고차 매입 채널별 물량 비중을 살펴보면 완성차 대리점에서 가져오는 물량은 지난해 41%, 올해 2분기 기준 38%로 약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리점 판매는 신차 고객이 기존에 타던 차를 대신 팔아 달라고 하는 경우 이뤄진다. 대부분이 신차급 차량인데, 이 물량을 현대차와 기아가 직접 취급하면 케이카의 주요 매입 채널 하나가 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한 대를 판매하면 평균 10%의 마진이 남는데, 5년 이내 10만km 차량은 사실상 신차와 큰 차이 없는 가격으로 받을 수 있어 더 많은 마진을 남긴다"면서 "때문에 인증 중고차 시장은 결국 양질의 매물을 얼마나 끌어오느냐의 싸움인데 현대차그룹이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자해 신차급 중고차를 확보한다면 (케이카가) 양질의 현대차그룹 브랜드 매물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질의 중고차 매물이 현대차와 기아에 쏠린다면 케이카의 수익성 하락은 피할 수 없다. 지난해 케이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1773억 원, 500억 원이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이 14.4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9.62% 줄어든 숫자다. 케이카의 올해 2분기 매출도 5056억 원으로 전년 동기(5876억 원) 대비 23% 감소했다.
이처럼 인증중고차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자 한앤컴퍼니의 케이카 매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앰컴퍼니는 100% 출자해 만든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를 통해 SK그룹 계열사였던 케이카를 지난 2018년 인수했다. 지난 2021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구주매출로 투자금 3000억 원을 모두 확보한 뒤, 지난해부터 케이카 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매각가를 5000억 원 수준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지분가치는 3800억 원이고, 주가가 하락하며 시가총액도 쪼그라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대기업 인증중고차 확대로 점유율마저 떨어지면, 매수 희망자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다.
온·오프라인 지점의 실적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커머스 채널에서 소매 매출은 올해 2분기 2524억 원으로 전년 동기(2522억 원)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지점의 2분기 차량 판매 매출도 1920억 원으로 전년 동기(2801억 원)보다 29.5%나 줄었다. 같은 기간 판매 대수도 1만1962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6% 줄었다.
노조와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금속노조 케이카지회는 지난달 25일부터 3일간 1차 파업을, 이달 4일부터 3일간 2차 전면파업을 실시했다.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위해 10여차례 교섭을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IB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매각가 산정에 경영권 프리미엄 20%를 책정했는데 5000억 원의 매각가가 크게 무리한 산정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인증중고차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과 유동성 위축 등 재무구조 악화가 나타난다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기업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이 오히려 신뢰도 개선과 시장 확대와 같은 긍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케이카 관계자는 "대기업 인증중고차 시장 진입 이야기는 갑작스러운 뉴스가 아니라 몇년 전부터 이야기 돼왔고,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충분한 기회다"면서 "지금까지 고객들이 중고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지인 위주로 소비자 대 소비자(C2C)거래를 많이 해왔는데, 대기업 진출로 시장 신뢰가 높아지면 기업 대 소비자(B2C) 수요가 늘고 오히려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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