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우디 건설 동행 50년... 현대건설, 3兆 자푸라 플랜트 사업 수주
尹대통령, 플랜트 수주 계약식 참석
尹 “사우디 전역에 한국 기업인과 근로자 노력 녹아 있어
네옴시티에 한국 건설 역량 결합하면 미래 도시 새모델”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 사흘째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리야드에서 열린 한·사우디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과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 잇달아 참석했다. 사우디가 국가 발전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는 초대형 메가 프로젝트 사업 수주를 위한 세일즈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에서도 네옴시티 등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양국 기업도 이날 24억 달러(3조2000억원) 규모의 플랜트 사업 계약을 맺는 등 ‘제2의 중동 건설붐’ 조성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 연설에서 대덕연구개발특구 설립에서 시작된 과학기술 진흥 정책을 소개하면서 “디지털, 청정에너지, 바이오 헬스, 우주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한국이 사우디와 함께 연대하면 사우디의 도전적 목표를 함께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지원을 통해 짧은 기간에 이룬 한국의 첨단 기술력이 포스트 오일(Post Oil·석유 이후) 시대를 준비 중인 사우디에 최적의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양국 건설 기업인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선 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4건의 업무협약(MOU) 및 계약이 체결됐다. 24억 달러(3조2000억원) 규모의 자푸라 가스플랜트 패키지 2 사업,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운영 사업, 모듈러 사업 합작법인 설립,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이다. 이날 행사에는 마제드 빈 압둘라 빈 하마드 알 호가일 사우디 도시주택농촌부 장관, 사우디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대표,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컴퍼니 대표 등 사우디 관계자들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국내 건설사 대표와 네이버, KT 등 IT 기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자푸라 플랜트 사업은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플랜트 건설 사업으로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2021년 수주한 29억 달러 규모의 1단계 사업에 이어 연속 수주에 성공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 기업은 올해 사우디에서 총 86억 달러의 해외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최상목 대통령 경제수석은 “이는 올해 한국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누계 259억 달러의 3분의 1 규모로, 지난 5년간 사우디에서 거둔 연평균 수주액(34억 달러)의 2.5배”라고 했다. 네이버도 사우디 도시 5곳에 가상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도시계획·관리,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수출 1호 사업”이라며 “우리 건설업계의 해외 진출이 물리적 인프라를 넘어 디지털 공간으로 확대되는 첫 출발”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사우디 전역에 걸친 1900여 건의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노력이 녹아 있다”면서 “사우디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등에 한국의 첨단 도시 건설 역량을 결합한다면 미래 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73년 삼환기업이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수주해 시작된 양국 건설 협력이 네옴시티 등 첨단 신도시 건설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 부제도 ‘알울라~카이바에서 네옴까지’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삽과 포크레인으로 대표되는 과거 토목·건축에서 나아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한국 건설은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1970년대 사우디로 대표되는 중동 건설붐은 한국 경제 성장의 마중 물이 됐다. 당시 한국 건설자들은 낮은 인건비와 공기(工期)를 맞추는 근면성을 무기로 사우디 고속도로, 교량, 항만 건설 사업에 집중 참여했다. 1976년 현대건설이 수주한 사우디 주베일 항만공사는 당시 한국 국가 예산의 25%(9억3114만달러)에 달했던 공사로 이후 중동붐이 본격화됐다. 최상목 수석은 “한·사우디는 2000년대 이후 석유 화학 플랜트와 해수 담수화 설비 중심의 산업 인프라 협력을 거쳐 이제는 모듈화·디지털화 등 스마트 인프라 협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38세의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경제 구조를 제조업이 기반이 된 신산업 구조로 전환하겠다며 ‘비전203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 네옴시티 등 초대형 신도시 사업이다. 네옴시티 사업에는 50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 리야드 서쪽에 스포츠 경기장, 콘서트 홀 등 엔터테인먼트 시티를 짓는 키디야 프로젝트와 섬을 휴양 레저 시설로 개발하는 홍해 프로젝트도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빈 살만 왕세자에게 이런 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를 요청했다고 한다.
전날 한·사우디 비즈니스 포럼과 빈 살만 왕세자가 주최한 국빈 오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도 동행했다. 이재용 회장은 포럼 환담에서 “사우디는 삼성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사우디의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의선 회장은 조부인 정주영 선대 회장이 ‘20세기 최대 공사’로 불렸던 주베일 항만 공사를 수주했던 이야기를 언급하며 “그로부터 50년 만에 현대차가 사우디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사우디가 중동의 자동차 산업 메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K9 자주포, 다연장 로켓 ‘천무’ 등 방산 세일즈를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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