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느슨한 ‘마약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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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홍익대 캠퍼스 곳곳에 '신종 마약 광고 카드'가 뿌려져 학교 측이 수거하느라 소동이 벌어졌다.
카드에는 "영감이 필요한가? 당신을 위한 혁신적인 제품 '액상 대마'를 준비했다. 완전히 합법적", "한 모금이면 당신을 정신 못 차리게 할 수 있고, 1g만으로 당신을 50배 더 몽롱하게 만들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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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필로폰 성분이 든 음료를 학생들에게 마시게 한 뒤 부모로부터 돈을 갈취하려던 범죄가 적발돼 충격을 줬다. 14세 여중생이 온라인으로 산 필로폰을 투약하다 실신해 어머니가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마약사범이 학생부터 재벌가 자제, 현직 경찰관, 의사까지 사회 전 계층으로 확산하고 있다. 마약에 빠진 아들을 경찰에 직접 신고한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최근 방송에서 “몇몇 가정 외에는 집안에 누군가는 마약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경고할 정도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파스타’, ‘나의 아저씨’ 등에 출연한 유명 배우 이선균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그의 마약 투약과 관련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한다. 반듯하고 가정적인 이미지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배우라 대중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자못 크다. 마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유아인, 가수 남태현에 이어 연예계 마약 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올 들어 8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27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치(1만2387명)를 넘어 역대 최다 규모다. 국가적 비상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정부가 지난해 4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 수사 역량과 수사 체제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마약 밀수는 검찰이, 투약 사범은 경찰이, 국내 밀반입은 관세청이 맡는 등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공조체제와 정보 공유는 물론이고 신종 마약 범죄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서다. 마약수사청 설립이 시급하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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