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기업의 지나친 ‘외국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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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그룹은 최근 창립 99주년을 맞아 '글로벌 스페셜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평소 차(茶·Tea)보다는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이라 '스페셜티'(Specialty)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먼저 떠오른 건 스페셜티 커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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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건가?’
여기서 말하는 ‘스페셜티’는 기존의 범용 제품보다 한 단계 고도화된 고기능성·고부가가치 소재를 뜻한다. 식품산업에서는 설탕을 대체하는 알룰로스가 대표적이다. 홍보팀 직원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정확한 ‘스페셜티’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만 모르는 단어였을까’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의문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면 ‘퍼스널 케어’ 소재는 뭘 뜻하는 건가요?”
요즘은 광고 모델을 모델이라 하지 않고 ‘앰배서더’(Ambassador)라고 부른다. 앰배서더의 사전적 의미는 대사, 외교관이다. 흔히 명품 브랜드에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모델을 기용했을 때 ‘앰배서더로 발탁했다’는 표현을 쓴다. ‘세계적인 광고 모델로 활동한다’보다는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됐다’라는 식이다. 단어의 의미는 더 확장돼서 이제는 콜라나 김치를 광고하는 모델도 앰배서더라고 부른다.
이제는 흔하게 쓰이는 ‘팝업스토어’(POP-UP Store)도 2000년대에 들어와 상용화된 단어다. 따로 설명 없이도 ‘임시 매장’이라는 말 대신 ‘팝업’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래서 더 세분화하려는 걸까. 한 보도자료에서 본 ‘앳모스피어 스토어’는 아직도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나는 아직도 ‘앳모스피어 스토어’를 순화할 만한 우리말을 찾지 못했다.
알쏭달쏭한 외래어뿐만이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는 패스트푸드점의 무인 주문 단말기(키오스크)에서는 아예 ‘품절’이라는 단어 대신 ‘Sold Out’만을 표기하기도 한다. “안 그래도 쓰기 어려운데 꼬부랑말까지….” 할머니의 한숨이 들려오는 듯하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글로벌’이 당연한 시대에 영어를 다 없애버리고 우리말만 쓰자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업계에서 사용하는 전문적인 용어나 고유명사는 그대로 쓰여야 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중을 대상으로 할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글로벌도 좋지만 한글로 순화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사라져 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기업들의 다양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 속에 작더라도 세심한 ‘우리말 지키기’ 노력을 보고 싶다. 단순한 애국 마케팅이 아니라 소외된 이 없는 ‘함께’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 말이다.
박미영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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