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문워크
2023. 10. 23. 23:3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위가 점차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 텅 빈 주차장에 가만히 서서 텅 빈 종이 봉지를 바라보는 사람은 어떤 이일까.
텅 빈 것을 연습하는 그 마음의 공허를 더듬어 본다.
어쩐지 그는 여기가 아닌 어딘가 먼 곳에 마음을 줘 버린 것 같다.
먼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소연
텅 빈 종이 봉지가 유유히 날아간다 텅 빈 주차장을 만끽하는 것 같다
저쪽 끝에서 이쪽 끝까지, 몇 번의 스텝으로 유유히
“뭐 하니” 하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리고 저녁이 내려오고 있다
보였던 것들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을 뿐인데도 무언가가
끝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뒤로 걷고 싶다
차차 누군가를 지나치고
차차 누군가의 등을 잠시 바라보고
차차 누군가가 멀어지고
차차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누군가가 두 팔을 벌린 채
내 등을 안아주려고 서 있는 데까지
(하략)
저쪽 끝에서 이쪽 끝까지, 몇 번의 스텝으로 유유히
“뭐 하니” 하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리고 저녁이 내려오고 있다
보였던 것들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을 뿐인데도 무언가가
끝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뒤로 걷고 싶다
차차 누군가를 지나치고
차차 누군가의 등을 잠시 바라보고
차차 누군가가 멀어지고
차차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누군가가 두 팔을 벌린 채
내 등을 안아주려고 서 있는 데까지
(하략)
사위가 점차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 텅 빈 주차장에 가만히 서서 텅 빈 종이 봉지를 바라보는 사람은 어떤 이일까. 텅 빈 것을 연습하는 그 마음의 공허를 더듬어 본다. 어쩐지 그는 여기가 아닌 어딘가 먼 곳에 마음을 줘 버린 것 같다. 먼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누군가가 두 팔을 벌린 채 내 등을 안아주려고 서 있는 데까지 무사히 도착하고 싶다”는 고백. 텅 빈 종이 봉지처럼 뒤로 걸어서. 춤추듯 날아서.
얼핏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한 번 시작된 “문워크”를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멈춘 순간, 너 지금 뭐 하니? 뭐 하니? 아픈 물음이 맴돌 것이다.
다르게 산다는 것. 다르게 걷는다는 것. 조금씩 멀어지고 사라지는 쪽으로.
박소란 시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